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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이 있다 (2015) Another Way 평점 6.1/10
다른 길이 있다 포스터
다른 길이 있다 (2015) Another Way 평점 6.1/10
장르|나라
드라마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7.01.19 개봉
90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조창호
주연
(주연) 김재욱, 서예지
누적관객

얼어붙은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볼 때
다른 길이 있다

누워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 있다. 도우미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딸은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한다. 한편,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적 있는 남자는 경찰로 일하지만 삶의 의욕이 없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로 한다.

다른 길에 있던,
나와 같은 당신을 만나다

[ Director’s Monologue ]

1. 오래전 기억

고등학교 3학년 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오른 속초행 버스 안에서 낯선 여성과 눈이 마주치다. 그분이 따뜻한(내게는 그렇게 느껴지는) 미소를 보내왔는데 왠지 마음이 조금 녹는 듯.
영금정 바닷가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또 눈길이 마주쳤다.
‘아, 아픈 사람끼리는 서로 통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청평사로 가는 유람선 안에서 우리의 주인공 수완과 정원의 눈이 마주치고, 중도 유원지 앞을 지나던 운전자가 하필이면 수완에게 부용산 가는 길을 묻는다. 아픈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스쳐도 통하는 전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를. 나의 오래전 경험처럼.

2.위태로운 이야기
구리시민 한강공원. 얼어붙은 강을 혼자 걷는다. 너무 많이 들어 온 건가. 발밑으로 얼음이 갈라지고 쩌엉~ 쩡! 숨소리를 토해 낸다. 한강의 한 복판, 얼음 숨소리. 지나 온 길은 나아갈 길 만큼이나 멀고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아래가 출렁인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무게 분산을 위해 얼음 위에 누워서 뒤집힌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조심조심 몸을 옮긴다. 지쳐서 잠시 쉬는데, 눈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 죽음 가까운 체험 탓인지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인지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오는데 그때 왜!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동반자살자들에 대한 생각이 날까.

촬영 중 호수의 위태로운 얼음 위에서 혼자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했던 재욱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나중엔 편안함을 느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재욱아, 나도 그랬어.”

3. 조금 더 순수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브레인스토밍하는 날. 나는 춘천에서 서울로 향하고 서울엔 동지들이 모여 있다.

이동하(<부산행> 피디), 모성진(<26년> 피디), 신동일(<반두비> 감독), 배정민(<도가니> 피디), 노홍진(<굿바이 보이> 감독), 오랜 친구 경원 등. 시나리오에 대한 호불호가 5:5로 갈린다. 요점은 죽음의 사유를 묻는 자와 물을 필요가 없다는 자. ‘죽음의 사유를 단정하는 것은 산 자의 폭력’ 이라고 항변해 보지만 훗날, 관객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대로 진행한다면 투자를 받는 것도 곤란할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을 실망시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밀어붙이고 싶지만) 고민 끝에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로 한다. 이로써 <다른 길이 있다>는 예술과 상업, 둘 다 아닌 어느 경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대신 조금 더 순수한 영화가 되겠지.

4. 크랭크 인, 얼어붙은 마음이 녹았다
한강에, 춘천 호수에 얼음이 제대로 얼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시나리오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사실 지난해 촬영하려 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포기하지 않았던가. 1년을 기다렸는데 또 다시 얼지 않는다면…(그래서 남몰래 얼음이 얼지 않을 때의 플랜B 시나리오를 써 두긴 했지만) 남들은 춥다고 난리지만 우리는 더 추워지기를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벌써 1월인데 사람이 올라갈 만큼의 얼음은 얼지 않는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것일까. 1월 13일. 한강에 다녀 온 제작팀이 한 발만 올려도 얼음이 깨질 정도라고 전한다. 속이 바짝바짝 탄다. 밤 11시쯤 즉각적인 결정으로 연출부들과 함께 한강에 나가본다. 구리시민공원 하류.

건너편 도시의 불빛이 아름답게 반사되고 있다. 저게 물일까 얼음일까. 내가 먼저 조심스럽게 얼음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괜찮다. 조심조심 앞으로 걸어가 본다. 괜찮다. 아직까지는. 지켜보던 연출부들도 하나하나 따라 들어온다. 한밤. 어둠 속 한강 위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한 채 느끼는 무한한 해방감의 경이로움! 누군가는 춤도 추고. 그러나 이것도 잠시. 쫙쫙 얼음에 금이 가고 연출부들이 혼비백산한다. 단단하지 않은 얼음 위에 배우와 스텝과 장비를 올릴 수 있을까. 가늠되지 않는다. 기다리면 더 얼지 요만한 얼음도 녹아버릴지 알 수 없다. 얼음 위에서 고독에 잠겨 집중하다가 피디에게 전화를 건다. 내일, 크랭크 인. 한강 씬!

* 기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그 시기 이후 더 이상의 얼음은 얼지 않았다.

5.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는 나의 세례명이다. 지난 해 부활절에 세례를 받았다. 지금도 냉담자와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지만 촬영 당시만 해도 확실히 불가지론자에 가까웠다. ‘가까웠다’라는 확실하지 않은 표현을 쓴 것은 이 영화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관련된다. 얼음 숨구멍. 생과 사 등의 단어들을 낙서하며 나는 <다른 길이 있다>의 인물들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인생사의 확률적인 개념으로든, 신의 섭리에 의해서든 좀 더 온전한 존재가 되길 간절히 빌었으니까. 촬영 중 한번은 아내가 다니는 성당에 따라 나선 일이 있다. 미사를 마치고 처음 마주친 신부님께 나를 위해 30초 만이라도 기도해 달라고 간청했다. “힘든가?” 물은 신부님은 그 자리에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 해 주셨다. 그 순간 눈물이 와르르...

그간 관찰한 대로 얼음도 얼어주지 않고 눈도 오지 않는 겨울. 저예산 영화라 매 순간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하는데 날씨 탓에 순서는 엉키고, 진행은 굼뜨고. 그런 가운데 목표한 것은 놓지 않으려는 집착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됐던 것이다.

스탭 분들을 모셔 놓고 말했다. 자연을 이기긴 어려운 것 같다고. 이만큼의 눈과 얼음에도 감사하자고. 순응의 토대 위해서 지혜를 모아보자고. 그동안 성질도 부리곤 했는데 함께해 준 배우와 스탭들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6.이제 만나러 갑니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다행히 부산국제영화제 ACF에 선정되어 후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개봉지원작에 선정되어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난 어쩌다 햇수로 7년째에 다음 영화를 개봉하는 감독이 됐다. 그래서 슬프냐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촬영하고 완성하고 개봉에 이르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100명이 넘게 동원되는 두 번의 몹씬에 지인들이 참여해 줬고, 그에 맞춰 200여 인분의 밥을 해 온 분도 계시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도 여럿이다. 촬영 후 내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을 대신 갚아 나가는 친구들 하며… 어찌 갚을지...

여기에 꼭 호명해서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있다. 바로 내 팬들이다. 그렇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팬클럽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아마도) 감독이다. 자랑이냐고? 음... 이분들은 ‘영화 만드는 일이 내게 일말의 행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게 낫다’ 하고 영화를 등진 나를 다시 불러 세웠고, 공덕동에 사무실을 얻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할 때는 사무실 비품을 채워주셨으며 크랭크 인 날에는 야식차까지 보내는 일로 응원을 해 주셨다.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와서 영화를 보았으면서도 누구보다도 개봉일을 기다리며 설레고 계실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의 감사 인사를 드린다.




[ Character’s Monologue ]

검은 새와 흰 새, 수완과 정원, 김재욱과 서예지

“상처라는 걸 지울 수 있어요?”, 검은 새_수완

경찰관이지만 나약하기만 하다.
어릴 때 목격한 엄마의 죽음은 지금도 그 삶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수완은 정신병원에 가짜로 입원해 있는 아버지와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동반자살할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는다. 나약하기만 한 수완은 어쩌면 죽을 의지도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자살여행의 끝에서 보게 되는 것은 그토록 외면해 왔던 타인의 아픔이다. 자신의 아픔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거 본 적 있어요?” 흰 새_정원
결혼식이나 개업식에서 이벤트 도우미로 일하며 전신마비의 엄마를 돌보는 정원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 고통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양심적인 문제 때문이다.
어느 덧 익숙해진 그 비밀 때문에 느껴지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은 그녀를 아프게 짓누른다. 정원은 이번엔 확실히 죽으리란 결심을 하며 함께 죽기로 약속한 검은 새를 만나기 위해 춘천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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