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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가족의 딜레마 (2014) AN OMNIVOROUS FAMILY'S DILEMMA 평점 9.5/10
잡식가족의 딜레마 포스터
잡식가족의 딜레마 (2014) AN OMNIVOROUS FAMILY'S DILEMMA 평점 9.5/10
장르|나라
가족/다큐멘터리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5.05.07 개봉
106분, 전체관람가
감독
(감독) 황윤
주연
(주연) 황윤
누적관객

사랑할까, 먹을까!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던 어느 겨울 날, 육아에 바쁘던 영화감독 윤은 살아있는 돼지를 평소에 한번도 본 적이 없었음을 깨닫고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산골마을농장에서 돼지들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이제껏 몰랐던 돼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윤에게 딜레마가 생긴다. 돼지들과 정이 들며 그들의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알게 되는 한편 농장의 이면을 알게 될수록, 그 동안 좋아했던 돈가스를 더 이상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게 된 것. 육식파 남편 영준과 어린 아들 도영은 식단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살 때마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식당을 고를 때마다 갈등에 빠지게 된 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HOT ISSUE ]

아침엔 햄샌드위치, 점심엔 돈까스, 저녁엔 삼겹살!
당신의 삼시세끼, 안녕한가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담은 국내 최초의 영화


‘치맥’ 열풍에 힘입어 치킨을 찬양하는 ‘치느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원조 찰떡궁합 메뉴인 ‘삼겹살에 소주’의 인기는 그칠 줄 모른다. 회식엔 모두가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로맨틱한 데이트에는 고기를 썰며, 영양이 필요한 아이들은 고기국물을 마시며, 몸을 가꾸는 이들은 냉동된 고기를 수시로 꺼내 먹는다. 값싼 고기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그야말로 ‘사상 최대 고기 소비의 시대’가 도래, 1초당 1646마리, 연간 700억 마리가 전세계 인간의 음식이 되기 위해 도축 당하고 있다.

이렇듯 매일 식탁 위에 오르는 고기이지만, 신선육으로 포장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한국의 1000만 돼지들의 99.9%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길러지는데, 그 현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일체 금하고 있어 고기생산의 영역은 고기소비의 영역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한국의 돼지 사육 환경을 담아낸 국내 최초의 장편영화다. 인공수정을 통해 1년에 약 2.4회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어미돼지는 임신 기간의 대부분을 폭 60cm, 길이 210cm의 ‘스톨(stall)’에서 보낸다. 스톨은 유럽과 미국 내 9개 주에서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비육돈’들은 수컷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목적으로 마취 없이 거세를 당하며, 유전자조작 사료를 먹고 초고속으로 몸집이 불려져 생후 6개월만에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잠자리와 배변장소를 구분하고 진흙목욕과 코로 땅 파기를 좋아하는 돼지의 본성을 고려하지 않은 철제 바닥과 밀폐된 축사는 그 자체로 가혹한 환경.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들이 서로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와 이빨을 자르는 것은 양돈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다.

황윤 감독은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한번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한 점의 고기 속에 동물들의 눈물과 노동자들의 눈물, 막대한 축산분뇨로 오염되는 땅과 강의 눈물, 기아로 굶주리는 지구 저편 사람들의 눈물,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고기로 병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눈물이 포함돼 있다”는 제작의도를 전했다. 보다 값싸고 많이 먹기 위해 생명들을 고통스럽게 길러내는 현대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을,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생태계를 향한 귀중한 발걸음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동물원법,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안 제정 움직임!
길고양이와 캣맘의 공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펫팸족의 증가!
동물과 함께하는 사회로의 도약, 이제는 농장동물이다!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이 확산되고,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캣맘들이 증가하는 등 개와 고양이, 그리고 인간의 유대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대 속에서 훈련받는 동물쇼 동물, 무자비한 포획과 로드킬에 노출되어 있는 야생동물, 화장품 실험동물, 산채로 털을 뽑히는 모피산업의 동물, 인위적 환경에 갇힌 동물원 동물에까지 관심이 이어지면서 ‘동물보호’, ‘동물복지’에 대한 대중들의 목소리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돼지, 닭, 소, 오리 등 농장동물들은 유독 소외받고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는 책에서, ‘먹는 동물’을 향한 현대인의 차별적 심리를 분석한다. 황윤 감독 또한 영화 속에서 ‘내가 사랑했던 개. 내가 지켜주고 싶었던 호랑이. 내가 먹은 돼지. 그들은 얼만큼 다르고, 그들은 얼만큼 같을까’라며 유독 반려동물과 야생동물만을 편애해왔던 자신의 태도를 성찰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농장동물에 대한 공감대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동물권, 동물복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한 단계 도약을 이루고 있다는 징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국내 대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돼지 감금틀 ‘스톨(stall)’과 A4 한장 크기의 닭 사육장 ‘배터리 케이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이러한 문제제기에 힘입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채식’에 동참하는 이들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이제 막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한 농장동물의 사육환경에 대한 관심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념비적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가족의 일원이었던 ‘가축’들이 이제는 오직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식용동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산업동물’로 전락했다. 그들을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하는 현재의 폭력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인간 사회에는 결코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는 황윤 감독의 이야기처럼,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비단 돼지의 복지 사육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사회의 근원적 평화와 행복의 조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2015년 트렌드는 쿡방, 먹방!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육식소비에 있다?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밥상 레시피로 기대감 UP


전국의 맛집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맛있게 먹는 장면을 중계하는 먹방의 유행에 이어,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등 요리 프로그램의 선전으로 ‘쿡(COOK)방’과 ‘먹방’은 2015년 핫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 만큼, 육식소비 또한 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육식 소비량은 1980년 11.3kg에서 2013년 42.7kg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에 정비례해서 당뇨병, 심근경색, 뇌졸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빈번한다는 사실. 이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약물과 스트레스로 농축된 고기임을 의미한다. 또한 밀집사육 환경 속에서 면역력이 약해진 동물들은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변형에 변형을 더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이러한 흐름에 ‘생명의 레시피’로 정면승부한다. “사랑할까, 먹을까”라는 딜레마에 빠진 감독 윤과 그의 가족이 관객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미리 관람한 관객들은 “고깃집에 걸린 활짝 웃는 돼지 간판을 보면 돼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삽겹살이 너무 맛있어요. 이것이 바로 딜레마!”, “우리가 먹는 고기가 인도적으로 길러지고 도축되어야 하며,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채식을 하면서 동물을 먹는 것과 멀어져 있지요. 하지만 동물과 제가 멀어진건 아니에요. 늘 제 가슴속에 동물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등 육식소비에 대한 제각각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동물의 피와 눈물 대신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한 밥상을 차리는 일은 그 딜레마로부터 시작되는 것. 모두가 건강한 삼시세끼를 위한 첫 질문을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던지고 있다.




[ ABOUT MOVIE ]

잡식가족이 돼지가족을 만날 때!
우주 공통의 언어 ‘사랑’으로 소통하다!
온기 가득한 LOVELY 가족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무려 350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 되었던 구제역 대란 이후, 한 손에는 카메라를,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진짜 돼지를 찾아 나서는 한 가족의 여정을 담은 작품. 영화 속 주인공인 윤은 돼지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돼지고기 반찬을 먹이는 평범한 엄마였지만, 생명을 구덩이에 파묻는 뉴스보도를 접한 이후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이 돼지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난 걸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곤 소규모 친환경농장을 방문, 아들 도영이 농장을 놀이터 삼아 돼지친구들과 마음껏 뛰놀게 한다. 엄마돼지 ‘십순이’의 출산 과정을 지켜보며 갓 태어난 새끼돼지에게 ‘돈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밭에서 자란 고들빼기, 당근잎을 나눠주며 돼지가족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과정은 그 자체로 훈훈한 미소를 자아낸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고민을 담았다는 점에서 보다 큰 공감의 재미를 선사한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야식이 땡기는 날이면 치킨을 시켰던 잡식가족의 밥상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빚어지는 갈등상황은 너무나 리얼해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돼지들의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진 윤은 육식 절교를 선언하지만, 돼지나 닭의 복지보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구하는 일이 더 중요한 남편 영준은 자신의 먹을 권리를 찾기에 여념없다. 야생동물에 관한 한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이 부부에게 팽팽한 대립의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 이와 함께,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젤리를 사달라고 보채는 아들 도영에게 어떤 음식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윤의 모습은 수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우주 공통의 언어 ‘사랑’으로 돼지가족과 교감하고, 모두가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엄마, 아빠, 아이들에게 건강한 고민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이 시대 모든 가족들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온기 가득한 가족영화의 탄생이다!


돼지우리에 빠지다! 돼지의 매력에 빠지다!
이제껏 몰랐던 돼지의 매력이 스크린 위에 펼쳐지다!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이제껏 몰랐던 돼지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떤 매체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던 돼지의 일상을 촘촘히 담아내고 있는 것.

카메라에 담긴 돼지들의 모습은 우리가 갖고 있던 돼지에 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출산 전부터 지푸라기로 보금자리를 만들만큼 모성본능이 강하고, 기억력이 좋아 어떤 일이든 잊어버리지 않는 돼지들의 모습은 ‘미련하고 더럽다’는 인식을 180도 바꾼다. 성격은 까칠하지만 자식을 위하는 만큼은 누구보다도 큰 ‘용순이’, 돼지들 중에서 가장 육중한 몸집을 자랑한다는 ‘뚱순이’, 다른 어미돼지들에 비해 순하고 느긋한 성격을 지닌 ‘십순이’ 그리고 도영이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아기돼지 ‘돈수’ 등 각기 다른 생김새와 성격을 가진 돼지들의 모습 속에서 돼지들도 개별적인 감정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흔한 것 같지만 잘 보이지 않고, 우리가 평소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돼지들의 삶을 근거리에서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극장 다큐영화로서, 돼지에게 돼지다운 삶을 보장 할 때 인간 역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신선한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제공할 예정이다.


아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픈 ‘사람엄마’ 윤
쉴 틈 없이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돼지엄마’ 십순이
공감 100% 감동 200% 육아일기!


돼지들과 아주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 윤은 같은 엄마이자 같은 여자이기에, 엄마돼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보다 더 가까운 시선으로 돼지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출산과 수유의 고통을 무한한 인내심으로 이겨내며 새끼들을 정성껏 보살피는 엄마돼지 ‘십순’에게 특별한 연민을 느끼게 된 것. 십순이의 고단한 육아는 매순간 고민하며 열심히 아이를 키우는 윤의 육아와 겹치고, 부쩍부쩍 자라는 십순이의 새끼 ‘돈수’는 무럭무럭 자라는 ‘도영’과 오버랩 된다.

엄마돼지 십순이가 출산이 임박하여 진통할 때, 윤은 자신의 아득했던 출산 장면을 떠올린다. ‘자장자장’ 흘러나오는 자장가와 쌔근쌔근 숨쉬는 돼지의 소리가 오버랩되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엄마’라는 공통점 하나로 경계를 허문 이들의 모습에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반면, 인공수정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임신을 하고 분만유도제로 일제히 같은 날 새끼를 낳고, 분만 촉진 주사로 빠른 출산을 강요받으며, 새끼들을 한번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스톨 사이로 젖을 먹이는 공장식 축산의 엄마돼지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것은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무게를 모두 짊어진 엄마돼지들의 고통을 끌어안은 사람엄마 윤의 따뜻한 시선 때문.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고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고 싶은’ 엄마 감독의 육아 영상이자, 사람과 돼지라는 종의 차이를 넘어 ‘같은 여성’의 아픔을 공감하는 진정한 여성영화인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환경과 복지, 인권문제까지 아우르는 장대한 스토리텔링과 미래세대를 위한 진중한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 YUN’S PRODUCTION NOTE ]


#우주, 인간, 돼지


우주, 지구, 별, 블랙홀에 관심이 많은 네 살 아들의 최근 화두는 죽음이다.

도영: 뼈와 해골이 뭐야?
나: 동물이 죽으면 뼈가 되고 해골이 돼.
도영: 그 다음엔 어떻게 돼?
나: 응, 흙이 돼.
도영: 그 다음엔 어떻게 돼?
나: 풀이 되고 꽃이 돼.
도영: 엄마도 죽어?
나: 응.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도 언젠간 죽어. 엄마는 나무가 되고 싶어.

도영이는 심지어 ‘별은 죽으면 뭐가 되냐’고 묻기도 한다. 대답을 찾기 위해 난 별의 생애에 대한 지식도 찾게 된다. 도영이 덕분에 난 철학자도 되었다가 물리학자도 된다. 세상만물이 죽어서 흙으로 가야 마땅하거늘 소, 돼지, 닭은 (죽어서 흙이 될) 사람이란 동물의 세치 혀를 위해 공장에서 고통받다가 도살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사람의 욕심일 수는 있어도 우주의 법칙일리는 없다.

작년에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 소, 돼지가 살처분될 때 <발굴의 금지>라는 미술전이 열렸었다. 미술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전시였다. 갤러리 한 쪽에 고기를 덜 먹겠다는 다짐을 하는 설치미술이 있었다. 그 중 한 다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아니, 완전히 육식을 금하겠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내 몸이 썩어 풀을 자라게 하고 그 풀을 짐승이 먹어 살찐 만큼만 육식을 하겠습니다.’


#몰개성화에 저항하기

<작별>을 만들 때, 전시장에 진열된 ‘동물원 동물들’을 촬영하며 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답답해할 때 새끼호랑이 크레인을 만났었다. 크레인의 성장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나는 비로소 ‘동물원에서 태어나 산다는 것’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크레인을 통해 비로소 나는 ‘동물원 동물들’이라는 몰개성화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크레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작별>이라는 영화는 세상에 없었거나 아니면 아주 추상적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들 때 나는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들을 단순히 ‘희생자 집단’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 각자에게도 삶이 있고 일상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사연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바람을 갖고 현장에 다닐 때, 팔팔이가 내게 왔다. 팔팔이는 그 어떤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사연을 통해 대지의 거주자인 그들에게 인간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팔팔이는 마치 인간의 ‘야생동물 몰개성화’에 저항하고자 나타난 메신저와도 같았다.
이번 영화에서 나는 또 한번 몰개성화 관습에 맞서고자 한다. ‘농장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식용동물’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축’이라는 이름으로, 개성을 잃고 객체화되는 그들. ‘돼지’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거나 휘발되어버리는 그들의 삶.

출산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여러 부담이 따르는 일이라 포기해야 하나보다 생각할 때, 뜻밖에도 원 선생님이 어느 어미돼지의 출산장면 촬영을 허락하셨고 그렇게 나는 십순이와 돈수를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돼지들의 삶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었다. 십순이의 일상과 돈수의 성장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는, 내가 전에 갖고 있던 돼지에 대한 편견이 깨져감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관객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돼지에 대한 편견을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돼지는 더럽고 미련한 동물도 아니고, 그저 우리 술안주가 되어도 좋은 존재가 아니라며 각기 다른 이름과 성격과 삶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들임을 알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십순이를 만난 것은 내게 또 한번의 행운이자 또 한번의 숙제이다. 난 십순이를 만난 책임이 있다. 돈수에게 이름을 붙인 책임이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육식동물’로 길들여지기

도영이의 이번 주 어린이집 식단을 대체하자니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이다. 지난 월요일엔 소고기 야채죽, 찐달걀, 우유가 나왔고, 화요일엔 치킨 볼조림, 잔치국수가 나왔고, 수요일엔 크림스프, 계란파국, 메추리알, 심지어 인스턴트 요구르트 ‘짜요짜요’에 이어 오후간식으로 고기 들어간 물만두까지. 목요일엔 돈안심, 비엔나소시지 야채볶음, 버터와 우유가 왕창 들어간 우리밀핫케익. 내일 금요일의 점심 식단은 어묵국, 애호박무침, 김달걀말이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에겐 훌륭한 식단이겠지만 내게는 최악의 식단이었다.

거의 매일. 대체 식단으로 두부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보냈다. 내일은 달걀말이 대신 또 뭘 싸줘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뭘 보내야 할지… 또 두부부침? 대체할만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아무 이유없이, 아무런 영양학적 근거없이, 매끼니 동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육류를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이미 세계 학계에서 오래 전 증명된 바 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동물성 단백질 신화에 사로잡혀 있을까. ‘인간은 잡식동물’이라는 오래된 통념을 핑계 삼아, 사람들은 마치 육식동물처럼 많은 고기를 소비한다.

아이들에게 ‘오늘 낮에 동물을 먹었나요?’라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하지만, ‘고기를 먹었나요?’라고 물어보면, ‘네’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은 고기가 동물이라는 것도 모른 채, 또한 그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되어 자신의 밥상에 올려지는지 모른채 육식에 길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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