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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Thérèse Desqueyroux, 2012 원문 더보기

Thérèse Desqueyroux,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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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4.12.04
장르
드라마
국가
프랑스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평점
8.4
누적관객
1,334명

주요정보

영혼을 질식해오는 결혼의 덫,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뿐...

1928년 프랑스 랑드 지방, 부유한 정치가의 딸인 테레즈는 드넓은 소나무 숲을 소유한 마을의 지주 베르나르와 정략 결혼을 한다. 총명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그녀는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평온해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과 속물적인 시부모에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일상은 하루하루 그녀의 영혼을 질식해온다.

어느 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시누이인 안느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청년, 장 아제베도와 사랑에 빠지고, 테레즈 또한 장에게 매혹되고 만다. 장과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 이후, 새로운 삶에 대한 욕망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던 테레즈는 남편 베르나르가 의사 처방으로 매일 마시는 약에 치명적인 독인 비소 성분이 미량 함유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기만 하면 그 함량을 몰래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 About Movie ]

노벨상 수상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소설 원작,
위대한 명작을 스크린에서 만나다

영화 <테레즈 데케루>는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소설 ‘테레즈 데케루’를 원작으로 한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시대극이다. 195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영혼을 파고드는 분석과 예술적 강렬함으로,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을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테레즈 데케루’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억압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남편을 독살하려 한 한 여인의 비극을 다룬 이 소설은 1927년 출간 당시,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것은 소재의 파격성과 더불어, 작가가 결혼과 내조, 육아와 시부모 봉양이라는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반기를 들고, 자아실현과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현대적 여성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원작,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힌 여인의 초상
원작 소설은 놀랍게도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모리아크는 지롱드 지방의 중죄 재판소에서 보았던 작고 가냘픈 독살녀의 모습과 그 여인이 독극물을 손에 넣기 위해 사용했던 거짓 처방전에 관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테레즈 데케루’를 완성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내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과,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가족에 헌신해야 하는 여성들의 운명을 섬세하게 그려낸 ‘테레즈 데케루’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 끌로드 밀러의 연출로 아름답고 강렬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위대한 소설이 아름다운 영화를 탄생시켰다”(류마니테), “인간의 본성에 대한 꾸밈 없는 관찰!”(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뛰어난 영상미!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인 시대극”(버밍햄 메일) 등의 찬사를 받은 <테레즈 데케루>는 아름다운 프랑스 남서부 지방을 배경으로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힌 여성의 초상을 그려내었다. 또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오드리 토투의 열연은 비운의 여인의 내면을 비장하면서도 기품있게 그려내어 작품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위대한 명작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기쁨을 선사할 영화 <테레즈 데케루>는 사회적인 구속과 굴레에 속박되어 있으나 내면에 불 같은 열정을 지니고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남편을 독살하려 한 비운의 여인, 테레즈
자신을 파멸시켜서라도 얻고 싶었던 자유에의 갈망

영화 <테레즈 데케루>는 여성들이 자유 의지를 억압받던 시대에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갈망했던 여인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랑드 지방에서 가장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로 손꼽히는 주인공 테레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안식처로 결혼을 선택한 테레즈는 정혼자와 결혼을 하여 가문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기로 한다. 그러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과 단조로운 전원 생활, 그리고 테레즈 집안의 숨막힐 듯한 공기는 그녀의 불안과 번민을 나날이 심화시킨다. 게다가 여성에게 요구되는 순종적인 며느리와 헌신적인 아내,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테레즈의 존재감을 박탈시키면서 고통스러운 고독과 권태, 무력감에 빠뜨린다. 마치 감옥과도 같은 결혼과 가정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녀는 극단적인 범죄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20세기 초 부르주아 사회의 세속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에 대한 비판
숨막히는 일상을 견디는 것보다는 차라리 파멸을 택한 테레즈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범과 관습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순종적이고 유순한 여느 여성들과 달리 매사에 냉정하고 이성적인 그녀는 부르주아 사회에 위협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테레즈의 의지와 자유에 대한 갈망은 남편 베르나르를 독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그녀는 독극물 처방전 위조로 기소된다. 그러나, 가문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데케루 가의 사람들은 그녀가 무죄 판결을 받도록 하기 위해 위증도 서슴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무죄를 선고받지만, 가족들로부터 싸늘한 냉대를 받게 된 테레즈는 시골 별장에 유폐되어 철저하게 고립된다. 영화 <테레즈 데케루>에는 가족의 재산을 보전하는데 급급하고, 집안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하는 상류층 인물들을 묘사하는 동시에, 서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피상적이고 가식적인 대화만을 주고받는 20세기 초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예리한 묘사와 자아정체성과 존재감의 위기를 가져오는 결혼 제도에 대한 날선 비판이 담긴 <테레즈 데케루>는 관객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디 아워스>, <댈러웨이 부인>,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
여성주의 영화의 계보를 잇다

<테레즈 데케루>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규범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며, 온전한 자아를 찾기 위해 애쓰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디 아워스>, <댈러웨이 부인>,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 여성주의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결혼, 가정, 사회로 인해 억압된 여주인공이 자유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원작 소설 ‘테레즈 데케루’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테레즈가 다른 두 작품의 주인공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그녀의 범죄의 모호한 의도에 있다.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건이 부재한 상황에서 테레즈의 모호한 살해 동기는 그녀를 진정한 실존적 고뇌를 지닌 존재로 만든다. 또한,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가 사회적 억압과 성적 차별 하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반면 <테레즈 데케루>는 구원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 어둠에서 빠져나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삶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테레즈의 마지막 모습은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도 깊은 공감을 표한 <테레즈 데케루>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페미니즘의 고전 <제2의 성>을 집필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리아크의 소설 ‘테레즈 데케루’에 깊은 애정을 표했으며 “나는 테레즈를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일기에 썼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 싸운 행동가이자 동등한 권리를 찾고자 했던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가 동시대에 출간된 소설 ‘테레즈 데케루’에 크게 공감했던 것이다. 해외 평단에서도 영화 <테레즈 데케루>를 두고 “결혼, 가정, 사회에 의해 억압되었던 20세기 초 여성의 삶과 그 가혹함을 충실히 재현한다”(레 피쉬 뒤 시네마), “테레즈의 목소리에는 억압된 여성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 서려 있다”(어반 씨네파일) 등의 호평을 선사하였다. 일상의 평온함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고통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다른 미래를 꿈꿨던 테레즈는 조용한 혁명가였다.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반복해서 논의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 의식과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테레즈 데케루>는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얻을 것이다.


영화계의 요정에서 프랑스의 국보급 배우로…
오드리 토투 생애 최고의 연기를 만나다

영화의 연출자인 끌로드 밀러 감독은 <테레즈 데케루>의 제작에 착수한 후에 가장 시급한 일이 여주인공을 캐스팅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여주인공의 비중이 큰 이 작품에 1순위로 캐스팅되면서 오드리 토투는 연기 인생 최고의 도전에 직면한다. 오드리 토투는 2001년 <아멜리에>에 출연한 이후 프랑스 영화계의 여신으로 숭배되어 오면서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코코 샤넬>, <시작은 키스!>, <뷰티풀 라이즈>, <인게이지먼트> 등 다수의 히트작에서 호연했고, <다빈치 코드>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활약했다. 그러나, 영화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이미지는 역시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아멜리에일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우아한 요정 오드리 헵번과는 차별화되는 싱그럽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했었다. 그런 그녀가 영화 <테레즈 데케루>를 통해 <아멜리에>의 쾌활한 소녀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다. 음악으로 치면 단조에 가까운 다소 어두운 캐릭터이자 총명하면서도 예민한 감수성의 여인 테레즈로 분한 오드리 토투는 “영화의 원작 소설인 ‘테레즈 데케루’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고전소설 중 하나이다. 지방 부르주아들과 그 시대 프랑스 사회의 관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지난 100년간 어떻게 진보했는지, 그리고 한편으로 사회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변화되지 않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라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테레즈의 불안과 내적 갈등을 탁월하게 표현한 내면 연기
<테레즈 데케루>에서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숨긴 채 시종일관 창백한 얼굴, 꼭 다문 입술, 허공을 응시하는 슬픈 눈빛으로 등장하는 오드리 토투는 테레즈의 불안과 내적 갈등을 탁월한 내면 연기로 표현해 냈을 뿐 아니라, 영화 후반에 나날이 야위고 초췌해지는 테레즈의 모습 또한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감탄을 자아낸다. 남편을 독살하려 한 테레즈보다,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더 폭력적이라고 단언하는 그녀는 “테레즈는 평범한 여성인데 범죄자가 된다. 주변 환경이 그녀를 범죄를 저지르게끔 내몰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오드리 토투 생애 최고의 연기”(뉴욕 타임즈), “오드리 토투는 영화 속 산불처럼 활활 타오른다”(20 미니츠), “그녀가 영화 전체에 부여한 신비로움이 영화를 살렸다”(토탈 필름), “당당하고 견고한 내면연기!”(옵저버) 등의 극찬을 받으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우아한 영상미, 섬세한 미스터리,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로
소설,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하다

영화 <테레즈 데케루>의 원작 소설은 테레즈가 재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장면에서 시작하여 회상 장면들을 계속 배치하는 플래시백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영화 <테레즈 데케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된다. 끌로드 밀러 감독은 페이드 인 앤 아웃으로 캐릭터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메우며 영화를 소설과 차별화시키는 한편, 세심한 시대 고증과 우아한 영상미로 부르주아들의 세계를 완벽히 재현해냈다. 소설이 추리의 묘미가 살아있는 드라마라면, 영화는 남서부 프랑스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치 인상주의 화가 화폭을 보는 듯 유려한 영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시대적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린, 정교한 시대극인 셈이다. 이에 대해 매체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소설보다 더 신비롭고 복합적인 영화 <테레즈 데케루>는 섬세하고 감미로운 향취를 남긴다”(텔레 시네 옵스), “회화를 현실로 그대로 옮긴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워싱턴 포스트),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원작을 지적이고 섬세하게 각색하다”(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등 감독의 탁월한 연출에 찬사를 보냈다. 한편 끌로드 밀러 감독은 뛰어난 심리 묘사로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원작의 깊이를 그대로 살리면서 주인공의 고뇌와 갈등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려내었다.

상징적인 이미지들과 묵직한 감동, 영화 속 명장면 베스트 3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첫 번째 장면은 장 아제베도의 빨간 색 돛을 단 배가 푸른 바다 위를 떠 가는 장면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상징하는 듯한 빨간 돛이 푸른 바다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면서 환상적이고도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두 번째 장면은 보르도 부근의 랑드 지역의 소나무 숲이 산불에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테레즈가 유유히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 장면은 억눌린 테레즈의 욕망과 열정이 타오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 명장면은 영화의 결말에서 테레즈와 베르나르가 대화를 나누는 파리의 카페 장면이다. 끌로드 밀러 감독은 원작에서 완고하고 권위적이기만 했던 베르나르 캐릭터에 좀더 인간미를 부여하였다. 그는 때때로 동정심을 자아낼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비록 표현에는 서툴지만 부인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느껴지는 몇몇 장면들은 테레즈의 독살 동기를 더욱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만들면서 영화 전체에 미스터리를 한 겹 더 입히고 있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담담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애틋함을 자아내면서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열정과 자유의 상징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향, 장 아제베도

영화 속에서 테레즈가 결혼 생활을 시작한 뒤 막연한 권태와 불안에 시달리던 중, 그녀의 내적 번민에 강렬한 불씨를 당기게 되는 존재는 바로 장 아제베도이다. 그는 테레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시누이인 안느와 불같은 연애를 함으로써 테레즈의 결혼에 결핍되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테레즈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그녀와 진솔한 대화와 자유로운 교감을 나눔으로써 테레즈로 하여금 이상적인 관계에 대해서 꿈꾸게 만든다. 데케루 가에서 지낼 때는 날씨와 사냥이 대화 소재의 전부였던 테레즈는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고, 정신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최초로 만나게 된 것이다. 앙드레 지드의 책을 즐겨 읽으며, 자유주의 사상을 숭배하는 그는 “자기 자신을 부인하는 것보다 더 나쁜 타락은 없다”고 역설하며 테레즈에게 자유에 대한 갈망과 비판정신을 일깨워준다. 안느와 헤어질 것을 종용하자 안느와는 결혼할 생각이 없고, 그저 재미로 연애했을 뿐이라고 털어놓는 모습은 당당하고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보수적이고 속물적인 가정 안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쉽게 이야기하는 그의 솔직함과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 정신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며, 마치 새로운 세계와 이상향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말미, 테레즈는 파리로 공부하러 간 장 아제베도를 따라, 자유의 땅 파리로 떠난다.

장 아제베도를 사랑했던 여류 문인, 전혜린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표현에 대한 동경과 개인의 열정을 발산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한 장 아제베도는 소통 불가능한 세계에 갇힌 테레즈 안에 도발의 씨앗을 심는다. 국내 문학계에서도 장 아제베도는 열정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한국 여성 최초의 독일 유학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감성적 문체의 여류 문인’으로 불렸던 전혜린은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요절하기 전에 장 아제베도에게 전하는 마지막 편지 두 통을 남겼다. 프랑수아 사강, 에리히 케스트너, 루이제 린저, 하인리히 뵐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 전혜린은 독일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을 목도하고, 이제 한국 여성이 주부로서의 역할 수행보다 자신의 실존을 의식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판단하며 양성평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4•19 혁명, 5•16 쿠테타 등으로 얼룩진 국내 정치 상황과, 유교적 전통과 가부장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사회 현실에 절망하고 ‘장 아제베도’의 실제 인물이라고 추측되는 연하 제자와의 사랑에 실패하면서 그녀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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