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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2012) White Night 평점 7.7/10
백야 포스터
백야 (2012) White Night 평점 7.7/10
장르|나라
로맨스/멜로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2.11.15 개봉
75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감독) 이송희일
주연
(주연) 원태희, 이이경
누적관객

6시간의 흔들림….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아픈 기억을 안고 한국을 떠난 지 2년 만에 돌아 온 승무원 원규.
퀵서비스 배달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준을 만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 About Movie ]


01.
6시간의 흔들림…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가슴 시린 세 가지 사랑 이야기


한국영화 최초 본격 퀴어 멜로로 손꼽히는 <후회하지 않아> 이후, 이별을 앞둔 두 남자의 마지막 기록을 담은 격정 퀴어 멜로 , 국내 최초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의 위장 결혼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퀴어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 왔으며, 관객들의 호응 또한 뜨거웠다.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동성애’라는 소재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퀴어영화들의 잇달은 극장 개봉에 연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오는 11월 15일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는 국내 퀴어 영화의 외연을 확장시킬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호모포비아에 의해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던 남자와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남자의 하룻밤을 담은 <백야>,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학생의 유혹에 흔들리는 선생의 이야기 <지난여름, 갑자기>, 제대 후 연락이 끊겨 버린 자신의 고참을 납치하는 한 남자의 사연을 담은 <남쪽으로 간다> 등 한국 사회에서 음지에 가려져 있는 민감한 이슈들을 영화의 소재로 끌어옴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선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애절함, 풋풋함, 미스터리함으로 응축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영화적 분위기 또한 ‘연작’의 동시개봉만이 지닌 매력일 것. 극장개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는 있지만, 1년에 겨우 한 두편 관람할 수 있는 퀴어영화를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골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개봉이 주는 긍정적 의미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국내 퀴어영화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02.
애절한 사랑, 클래식한 영상, 아련한 음악이 어우러져, 독한 여운을 남기다!
정통 퀴어 멜로의 귀환


퀴어 연작 세 편을 모두 보고 난 후 떠오르는 한 마디는 ‘정통 퀴어 멜로’ 일 것. 두 남자의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바탕으로, 클래식한 영상과 아련한 음악, 진중하고 성실하게 대사를 뱉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독한 여운을 남긴다.

대표적 퀴어 영화로 알려져 있는 <해피 투게더> (1997. 왕가위 연출), <브로크백 마운틴> (2005. 이안 연출)에서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 때문인지, ‘퀴어영화’라고 하면 절절하고 먹먹한 감정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번 퀴어 연작은 상처 입은 남자와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사이에서 흐르는 거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백야>, 금기시되고 있는 선생과 학생 사이의 미묘한 감정 교류가 드러난 <지난여름, 갑자기>,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와 스스로의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종용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남쪽으로 간다> 등 이야기 구성만으로도 애잔한 감정을 자아내고 있기에 퀴어 영화 매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드는 세 작품을 통해 퀴어영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03.
<후회하지 않아> ‘후회폐인’을 기억하는 당신께
이송희일 감독의 2012년 NEW 퀴어 무비


관객 수 5만 명을 동원하여 독립영화로는 이례적 흥행 기록을 세운 <후회하지 않아>를 기억하시는지. ‘국내 최초 퀴어 멜로’로 여전히 퀴어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후회 폐인’이라고 불리는 열혈 관객들 또한 생겨났던 그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 퀴어 멜로’를 선보인다.

이송희일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 이후 탈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두 남자와 그들을 돕게 된 한 여자의 필사적인 도주를 담은 로드 무비 <탈주>를 발표했다. 그만의 영화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탈주>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아>에서의 독한 사랑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아쉽게 만들었던 것 또한 사실. ‘6시간의 산책’을 통해 두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세 작품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를 통해 이송희일 감독 특유의 묵직한 정서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 Special Tip ]


01.
제 2의 김남길 ♥ 이영훈은?
이송희일 감독이 점 찍은 신인배우들


<후회하지 않아> 김남길, 이영훈을 발굴한 이송희일 감독이 이번 영화에선 어떤 신인 배우를 기용했을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후회하지 않아>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퀴어영화 캐스팅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하며, 다시 한 번 신인 배우들을 등장시켜야 했던 이유를 고백하는 이송희일 감독.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필연적 선택’으로 보일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몇 편의 단편영화 경험 이외에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배우 이이경은 <백야>에서 ‘태준’ 역을 맡아 강한 에너지를 보여주었으며, <지난여름, 갑자기>에서 학생 ‘상우’ 역을 맡은 한주완 또한 단편영화 <소년 마부> 이외에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배우이다. <남쪽으로 간다>에서 군인 ‘기태’역을 맡은 배우 김재흥은 단 한 번의 연기 경험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초짜였다. 연기는 차치하더라도 영화의 동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 것도 몰랐던 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연기에는 힘이 있다. 이들의 상대역들은 여러 작품을 통해 얼굴을 비춘 배우들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머리에 보다 깊이 각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립영화 <심장이 뛰네>에서의 포르노 배우 역, <아버지는 개다> <바비> 이상우 감독이 연출한 <지옥화>에서의 파계승 역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원태희는 <백야>에서 상처가 깊은 ‘원규’ 역을 맡아 내밀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완득이> <밀양> <사랑니> <채식주의자> 등에서 주/조연으로 얼굴을 비추었던 배우 김영재는 제자의 유혹에 혼란스러워하는 선생 ‘경훈’ 역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했으며, <남쪽으로 간다>에서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전신환은 <단편영화>, <봄>, <회사원>, <하녀>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번 영화를 통해 보다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02. <백야>의 상처 입은 그 남자, ‘원규’가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는?
‘종로 묻지마 폭행’ 사건을 영화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애절하게 담아 낸 <백야>. 게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던 ‘원규’의 마음 속 상처가 독할 정도로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은 2009년 실제로 발생했던 ‘종로 묻지마 폭행 사건’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 언어적 폭력이나 혐오적 시선 등은 존재했지만, 물리적 가해는 거의 없었던 한국 사회에서 실제적 폭력이 발생했던 사건이었기에 그것이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회적 혐오가 존재함을 피부로 깨닫게 된 계기였음은 물론, 벽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루어진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실과 밀착된 이야기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실제적 삶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 이와 동시에,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여기서 지지고 볶고 잘 살거다”라고 이야기하는 ‘태준’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것 또한 이 영화가 현실에 발붙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03.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의 숨은 주인공을 찾아라!
인디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와의 특별한 인연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세 편은 애절한 감성과 감각적 영상은 물론, 이미지와 꼭 들어맞는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백야>에서는 Max Richter의 클래식 선율이 애절한 분위기를 더하며, 인디 뮤지션 이영훈의 ‘봄이 오면’을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다양한 음악들 중, 인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은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2집 앨범에 수록된곡 ‘남쪽으로 간다’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남쪽으로 간다>가 제작된 것. ‘남쪽으로 간다’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를 기준으로 전체 이야기 구성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남쪽으로 간다’는 영화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 Production Note ]


1.
산책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성교'를 의미하는 라틴어 '코이레coire'는 '함께 여행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성교한다는 건, 나란히 함께 걸으며 여행한다는 것.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 <남쪽으로 간다>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산책’이다. 두 남자의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변 캐릭터들을 거의 모두 절제한 후 그 둘만의 공간과 시간 속을 걷게 만들었다. 그들은 또한 만보객漫步客이다. 두 주인공이 <지난여름, 갑자기>에선 한강과 낮의 도심을, <백야>에선 눈 내릴 것 같은 습기 찬 서울의 밤거리를, <남쪽으로 간다>에선 강과 숲 속 풍경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만보객은 풍경을 낯설게 보는 관찰자이자 외부인을 가장한 산책가다. 그들을 풍경으로부터 도드라지게 돌출시키고 싶었다.

나는 세 커플의 조용하고도 느린 산책을 통해, 도시와 시골 풍경을 관조하며 애정을 읊조리는 이 세 쌍의 외부인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여기 이곳의 삶을 이질적으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
이 세 연작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경계’다. <지난여름, 갑자기>는 이성애 사회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도 여전히 금기시된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속칭 “청소년 유혹 이론”에 대한 반론이다. 성인이 청소년들을 유혹해 나쁜 교육을 시킨다는 이 통설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이 영화는 나이와 사회화된 관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반면, <백야>가 다루고 있는 경계는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그 외곽이다. 같은 서울의 도시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한다. 한편에 동성애자 마을이 있고, 그를 둘러싼 이성애 마을이 존재한다. 그리고 경계의 지점에서 간혹 폭력이 발생한다. 그 폭력들은 여전히 한국의 동성애 마을을 살기 힘든 곳으로도 만들고, 오히려 어떤 이에게는 더욱 끈질기게 삶의 애착을 주기도 한다. <백야>는 그 경계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간다>는 동성애/이성애로 분할되는 성 정체성의 경계에 대한 영화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성 정체성이 단순하게 분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성애나 트랜스젠더로 더 분할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실은 이 구분조차 편의적이다. 사회는 사회화된 거품틀로 욕망들을 쉽게 단속하려고 들지만, 실상 성 정체성이란 건 “나도 잘 모르겠는” 어떤 무정형의 흐름이다. <남쪽으로 간다>는 자칭 이성애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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