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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들 (2010) Ordinary Days 평점 6.5/10
평범한 날들 포스터
평범한 날들 (2010) Ordinary Days 평점 6.5/10
장르|나라
드라마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1.09.29 개봉
10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이난
주연
(주연) 송새벽, 한예리, 이주승
누적관객

하루하루의 권태와 이별을 견디며, 닮은 듯 다르게 살아가는 세 인물들 - 무능한 보험설계사인 30대 남자 한철, 5년 사귄 연인에게 차인 20대 여자 효리, 이제 막 고아가 된 10대 후반의 바리스타 청년 수혁-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만나는 마음의 위로.

BETWEEN
보험설계사 한철(송새벽)은 실적 없는 밥벌이와 지리멸렬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수시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역시 무능해 매번 실패하고 만다. 죽는 것도 피곤해서 못할 지경에 이르던 어느 날, 오래전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날 이다’

AMONG
5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이제 막 헤어진 효리(한예리)는 실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고향으로 내려가 요양하며 괜찮은 척 씩씩하던 그녀. 거의 회복되어 상경해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잠이 오지 않던 밤, 자신이 사실은 괜찮지 않다, 라는 걸 깨닫는다.

DISTANCE
수혁(이주승)은 오랜 기간 병상에 계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일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예약한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 날, 수혁은 한 남자의 뒤를 쫓아 그의 집 앞에 선다.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 남자는 할아버지를 병상에 눕게 한 장본인이다.

올 가을, 고단한 당신 마음을 꼭 안아 드립니다!

[ Intro ]

올 가을, 당신 마음을 위로할 가장 특별한 여행!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떠.나.라.
매일매일의 낯선 이별로부터 시.작.하라.




[ Hot Issue ]

새로운 도.전.
충무로의 블루칩 혹은 미친 존재감, 배우 송새벽의 첫 독립영화 주연작
‘송새벽의 재발견’, ‘송새벽의 또 다른 데뷔작’을 만난다!

지난 해 제2의 송강호라는 찬사와 함께 국내 거의 모든 영화제 신인남우상 및 조연상을 휩쓸며,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충무로 최대 기대주 송새벽. 그가 <방자전>을 끝내고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위험한 상견례> 촬영을 들어가기 전 선택한 작품이 바로 이난 감독의 <평범한 날들>이다. <평범한 날들>은 송새벽 생애 최초의 주연작이자 시나리오만 보고 단박에 선택한 첫 독립영화로,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준 어눌한 말투와 코믹화된 이미지에서 가장 멀리 나아간 캐릭터를 선보인다. 송새벽은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일상을 견디는 샐러리맨의 모습 속에서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지만, 정작 극중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어서 연기가 힘들었다는 소감을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특히 <평범한 날들>은 배우 송새벽이 그간 대중에게 소비되고 각인된 이미지의 변신을 꾀한 첫 도전작이자,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확인시켜 주는 첫 영화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전 송새벽의 ‘말’과 ‘눈짓’이 최고의 ‘코믹 연기’였다면, <평범한 날들>에서의 그것은 슬픔이 한없이 투영된 ‘페이스소’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날들>은 배우 송새벽의 또 다른 데뷔작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2011년 가을, 우리는 새로운 송새벽을 만난다.


인상적인 발.견.
<혜화,동>의 민용근, <파수꾼>의 윤성현, <무산일기>의 박정범 그리고...
2011년 한국영화계의 마지막 혹은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을 확인한다!

올 상반기 <혜화,동><파수꾼><무산일기> 등이 보여준 독립영화계의 성과는 무엇보다 재능 있는 젊은 신인감독들과 개성 강한 웰메이드 데뷔작들의 발견이다. 또한 나란히 독립영화의 흥행기준 1만명을 돌파한 작품들이다. 2011년 하반기 이 바통을 이어받아 이슈를 몰고갈 주자는 늦깎이로 장편영화를 완성한 <평범한 날들>의 이난 감독이다. <평범한 날들>은 뮤직비디오 감독, 포토그래퍼로 유명한 아티스트 이난이 7년여의 장고 끝에 영화계에 귀환해 만든 기적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과 두바이국제영화제, 타이페이영화제에도 초청상영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혜화,동>이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멜로적 감성에 닿아있다면, <파수꾼>은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이창동 감독의 스토리텔러로의 재능에 견줄만하고, <무산일기>는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악어>의 낯설고 날것의 에너지를 떠오르게 한다. 여러 편의 개성 넘치는 실험적인 단편들로 이미지와 스토리를 직조하는 능력을 인정 받은 이난 감독은 닮은 듯 다른 세 인물들의 이야기를 흐르게 하되 중첩하면서 묘하게 하나가 되는 지점을 만들고, 그 세 인물들의 폭력성이 한순간 분출되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난 감독의 이토록 인상적인 데뷔작<평범한 날들>은 홍상수 감독의 강렬한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봉준호 감독의 아름다운 데뷔작 <플란더스의 개>가 오버랩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이난 이라는 새로운 감독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응.원.
봉준호, 윤종신, 강수지, 유희열, 채정안이 영화로 의기투합!?
이난 감독의 장편 데뷔를 지원한 엔젤투자자를 공개한다!

90년대 중반, 소설가 이창동을 영화감독 만들려고 의기투합한 삼인조, 명계남, 문성근, 여균동. 그들은 영화사를 만들어 마흔두 살의 이창동을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시켰다. <평범한 날들> 역시 2010년, 나이 마흔이 된 영화청년 이난의 꿈을 위해 감독,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인맥의 선후배들이 제작비를 보태 완성한 기적의 프로젝트다. 영화 엔딩크레딧의 ‘평범한 날들 투자 모임’에 이름을 올린 봉준호 감독, 가수 강수지, 유희열, 윤종신, 배우 채정안, 디자이너 김재현 등이 그 엔젤 투자자들. 봉준호 감독과 이난 감독의 인연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모텔 선인장>(1997)의 연출부로 활동하던 당시, 이난 감독에게 영화의 스틸과 포스터 촬영 작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제작투자뿐 아니라 ‘한철’역에 배우 송새벽을 추천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TOY, 윤종신, 박상민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난 감독에게 특히 윤종신은, 그의 단편 <기억의 환>(2003)에도 출연한 각별한 인맥이라고. 다양한 연예, 문화계 스타들의 아름다운 후원으로 완성된 <평범한 날들>은 9월 2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떠오르는 스.타.
독립영화를 통해 자기만의 연기내공을 닦은 괴력의 신인들!?
연기실력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수퍼루키를 주목하라!

<방자전>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송새벽이 이미 뜬 스타라면, 배우 한예리와 이주승은 독립영화에서 차근차근 의미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발돋움하고 있는 떠오르는 스타다. 특히 연기경험이 전무한 한예리는 우연히 출연한 단편영화 한 편으로 <푸른 강은 흘러라><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등 장편 독립영화의 주연배우를 꿰찬 괴력의 배우였다. 이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고, 현재는 탁구영화 <코리아>에서 현정화 역의 하지원과 함께 북한선수 유순복으로 캐스팅되어 촬영에 매진 중이다. 배우 이주승 또한 <원 나잇 스탠드><장례식의 멤버> 등으로 얼굴을 알리며 수많은 감독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은 미소년 배우로, 3년간 무려 7편의 장편영화에 주역으로 캐스팅된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배우다. 올해 초 군입대로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지난 8월의 시네마디지털 서울영화제에서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 <작별들> 2편이 상영되었다. 또한 9월29일 <평범한 날들> 개봉에 이어 성유리와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영화 <누나>도 10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수많은 독립영화를 통해 자기만의 연기내공을 닦은 괴력의 두 배우들. 멀지 않은 미래에 한예리, 이주승 그들의 이름 앞에 스타,라는 호칭이 붙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About Movie ]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안녕한가?!
올 가을, 고단한 당신 마음에 위로를 선사할 영화!

<평범한 날들>은 ‘BETWEEN’, ‘AMONG’, ‘DISTANCE’ 라는 3개의 소제목을 달고, 30대, 20대, 10대의 세 인물들이 각기 다른 밀도와 속도로 일상을 보내는, 아니 견디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들은 애써 숨긴듯 드러나지 않은 상실감과 후회와 죄책감으로 가슴에 깊은 슬픔이 고인 사람들이다. 이난 감독은 ‘BETWEEN’ 의 자살하려는 남자는 영화의 ‘말’이 되고, ‘AMONG’의 사고를 당한 여자는 ‘몸’이, ‘DISTANCE’의 살인을 하게 되는 청년은 ‘마음’이 되는 이야기로 영화의 구조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풍경처럼 관찰하지만, 에피소드별로는 마치 초상화를 그리듯 세밀한 스토리텔링으로 채색해서 그려낸다. 더불어 이난 감독의 시선은 주인공들이 주변과의 관계맺음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상흔과 내재된 슬픔, 그 불온한 감정들에서 촉발되는 타인을 향한 폭력의 연유를 내밀하게 좇아간다. 그리하여 <평범한 날들>은 평범하지 않은 슬픔에 반응하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지점들을 공들여 담은 영화가 되었다.

당신의 ‘말’은 괜찮은가?
보험설계사인 한철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고객상담이 즐거운 대화가 아닌지 오래다. 한철은 불친절한 자신의 문제를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은 탓이라고 힐난한다. 그는 일상에서도 웅얼거리는 혼잣말과 걸려오지 않은 전화에 뭔지 모를 말을 쏟아내는 것을 반복한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은 일상에서의 말의 의미들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당신의 ‘몸’은 건강한가?
실연 후의 마음을 채 보듬기도 전에 당한 교통사고는 효리의 몸에 상처를 남기지만 조금씩 아물어 간다. 하지만 회복된 줄 알았던 몸은 정작 극복하지 못했던 죽은 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한다. 자신의 몸에 치유되지 않고 각인된 마음의 상처들이 그렇게 불쑥 툭 하고 불거진다. 가족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죽음과 진심으로 소통하지 못했던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인정하고 그 상실을 받아들이자 몸의 상처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기억한다고 해서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란걸 깨닫는 효리.

당신의 ‘마음’은 자유로운가?
수혁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 돈을 벌기위해 할아버지가 감수해야했던 노동이 부당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애초에 자신이 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지긋지긋한 병원냄새와 병원비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그는 이제 고아고, 제일 먼저 여행을 결심한다. 어쩌면 수혁은 생애 처음 자유로운 마음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복수심으로 가장 세게 폭발하고 만다.

그리하여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
이난 감독은 <평범한 날들>에서 삶의 전부였던 아내와 딸의 죽음을 견디는 ‘한철’에게는 ‘말’, 오랜 연인과의 이별을 잊으려는 ‘효리’에게는 ‘몸’,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을 품은 ‘수혁’에게는 ‘마음’이 고장났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잃어버린 것들, 그 내밀한 상처와 감정에 맞닥뜨리게 하고는 비로소 자신에게 처음으로 안부를 묻는다. 그때 나는 괜찮았는가, 그리고 지금 나는 괜찮은가. 이제 점점 괜찮아질 것인가 라고. 그 질문은 시나브로 관객에게도 공감을 일으키며 조금씩 전이된다. 홀로남겨졌다는 자각과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소화해내는 것. 이제는 더 이상 곁에 없는 것을 마음 안에 건강히 담아 간직하고, 안녕을 고하라며 어깨를 토닥인다. <평범한 날들>은 닮은 듯 다른 세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안녕한가? 라고 진심의 안부를 건네는 위로의 영화다.


세 개의 이야기,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
세밀한 스토리텔링과 내밀한 이미지텔링의 감성영화!

옴니버스(omnibus)란 몇 개의 단편을 결합하여 전체로서 정리된 분위기를 내도록 한 작품, 또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개의 단편을 결합한 것으로 영화 혹은 텔레비전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식이다. 한 사람이 제작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분담해서 제작하기도 하는데, 대개 극장에서 개봉한 옴니버스 장편영화들은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감독이 분담해서 제작한 영화가 주를 이루는 게 사실. 하지만 250만을 동원한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한국의 이와이 슌지라고 불리는 김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조금만 더 가까이> 경우 한 감독이 하나의 주제로 만든 성공한 옴니버스 영화다. 특히 옴니버스 영화들은 각 에피소드들의 재미는 물론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뚜렷할 수록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평범한 날들> 또한 후자의 경우로 각기 다른 사연으로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굳이 옴니버스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작품이다.

<평범한 날들>은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인물들끼리 전혀 관계가 얽혀 있지 않으면서도, 중첩되는 이미지와 시간,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인물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의 겹을 통해 결국 이 인물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것과 같은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이것은 이난 감독이 영화 전체를 세밀한 스토리텔링과 내밀한 이미지텔링의 노련한 직조를 통해 이룬 빛나는 성과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그들의 공통점은 첫째, 홀로 살고 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셋째, 누구에게도 슬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라는 것. 30대 남자 ‘한철’은 사고로 딸과 아내를 잃었고, 20대 여자 ‘효리’는 ‘사랑’을 잃었고, 10대 청년 ‘수혁’은 유일한 피붙이를 잃었다. 한철은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며 현실을 회피하려 하고, 효리는 실연이 별 일 아닌듯 담담한 척 하고, 수혁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한철의 이야기 Between은 2007년, 효리의 이야기 Among은 2008년, 수혁의 이야기 Distance는 2009년의 시간을 흐르고 있다. 그들의 시간은 미래로 향하지만 사실 감독의 의도처럼 이 세 인물을 하나의 인물로 인식하면 <평범한 날들> 전체의 슬픔은 오히려 과거로 흐른다. 30대의 한철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 의존하고, 20대의 효리는 환상 혹은 꿈에 사로잡히고, 10대의 수혁은 직접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리하여 수혁이, 2007년의 상처를 지나 2009년 정돈된 일상으로 돌아온 한철에게 린치를 가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는 그 자체다. 중간에 배치된 효리의 이야기는 일종의 브릿지로 볼 수도 있다. 또한 택시 안에서 그들이 줍게 되는 나뭇잎과 근조 혹은 상중 메모 등 소소한 일상의 이미지텔링을 통해 시간을 관통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와 슬픔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순간. 그들은 모두 오열하고 삶의 아이러니에 씁쓸한 웃음 짓거나 혹은 체념한다.

이난 감독은 한철의 자살시도와 권태 혹은 불안한 내면의 연유를 미스터리처럼 좇아 간다면, 효리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 처럼 그녀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수혁의 분노의 폭발은 카메라가 액션영화나 스릴러처럼 그의 뒤를 박력있게 따라간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자살기도를 하던 한철은 수혁의 잘못된 복수로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편안한 얼굴이 되고, 피투성이의 수혁은 오열하다 결국 웃음이 터져버리는 상황이된다. 그리하여 세 인물이 사실은 한 사람을 각각 나이대로 분절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그들은 결국 하나의 존재고 하나의 이야기라는 설득력을 갖는다.




[ Production Note ]

‘異甫씨의 평범한 날들’

* 2009년 10월, 평범한 세 번째 날(ordinary 3rd day)의 콘티를 그리다.

삼백육십오 나누기 칠은? 칠 나누기 삼백육십오 인가? 아~이런 늙으니 산수도 안되는구나. 쨌든 오십이. 창밖에 가로수가 창문 안으로 버젓이 발을 뻗고 있었다.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오가는 이도 없으니 가로수는 가로수대로 이보는 이보대로 제 할일에 열중하면 그만이다. 커피는 떨어졌고 날은 여전히 덥다. 심사에서 낙방한 시나리오를 탈탈 털어내고 고민하던 차에 아마도 창문을 넘어들어 온 나뭇잎 탓이었는지 새로운 이야기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제목은 불현듯 애매모호하게 불안한 ORDINARY DAYS. 이보는 '불현듯'에 BETWEEN을, '애매모호하게'에 AMONG, '불안한'에 DISTANCE라고 꼬리표를 달고 死-生-死 라고 의미심장하고도 소심스럽게 쓴다. 자살하려는 남자는 말이 되고, 사고를 당한 여자는 몸이 되고, 살인을 하는 남자는 마음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시간들은 중첩되게 한다. 謹弔로 시작하며 AMONG부터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BETWEEN이 아니고 왜 AMONG부터 였을까? 아마도 이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을 게다. 다만 이보는 '불현듯'과 '애매모호하게'의 순서를 스스로 바꾸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immotal/emmotal이 중요한가? 슬래쉬 메탈 밴드들을 들어본다. 메쏘드, 다크 미러 오브 트래지디(DMOT), 새드 레전드, 오딘. 뭐 다 영어구만! 이런 제길.

AMONG이 모데라토에서 알레그레토로 이동하는 정도의 속도였다면 BETWEEN은 알레그로 이상이어야할 것 같다. 당연히 DISTANCE는 모데라토 미만으로 느려져야 할 테고, 다만 속도와는 별도로 강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해질 게다. 이보는 패티 스미스의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를 다시 들었다. 눈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로 BETWEEN이 시작되었고, 창밖에 눈이 쌓이고 알람이 울어도 깨어나는 이는 없이 마침표를 찍는다. 죽은 벌레들이 창가에 하나둘씩 끼어있다. 말벌, 꿀벌, 모기, 파리, 지네, 딱정벌레, 나방, 매미, 바퀴벌레. 이제 가을이 올 거다. 겨울에 영화를 찍는 일은 혹독한데. 이보는 왜 꼭 눈이 내리는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냐. 어느 해인가 오래전 겨울에 영화를 찍던 이보는 바이러스성 폐렴에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응급실에서는 이보보다 더 긴장한 레지던트가 암으로 진단을 내렸고 이보는 들뜬 열을 주어 담고 콧방귀를 치며 돌아왔었다. 겨울에는 영화 찍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오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DISTANCE는 그렇게 시작 되어서 코코어의 새벽 숲을 들으며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지그소우 폴링 인투 더 플레이스(Jigsaw falling into the place). 이보는 AMONG의 콘티를 대충 그려보고 평범한 세 번째 날(ordinary 3rd day)이라고 적은 다음 부산으로 가는 열차표를 사며 '피해자들의 공격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부산에 다녀왔다.

대체 부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보의 마음은 빨라졌다. 혹은 그의 몸은 진화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긴 모를 일이다. 하여 이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AMONG의 여배우를 만나러 다니고 프로듀서를 만나 상의하고 촬영감독을 만나고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로 한다. BETWEEN의 배우를 만나고 DISTANCE의 배우를 찾으러 다닌다. 그러면서 그들의 이름들이 정해진다. 한철-송새벽, 효리-한예리, 수혁-이주승. 테마 음악들은 서울전자음악단-delete me, 문 샤이너스-rosemary's baby, 메쏘드-coldest fear. 최주영 촬영감독은 박진수 피디를 설득하여 이보에게 붙여주고는 총총히 집으로 가려던 차였다. 하지만 이보와 진수는 주영이 흘려둔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는 순순히 잡혀주었다. 이보는 종로 3가 골목 앞에서 만취하여 비틀거리며 흥얼거리다가 먹었던 모듬전과 막걸리를 기분 좋게 쏟아내었다. 이런! 시작이란 이런 거구만.

* 2010년 2월 6일, 고사를 지내다.
고사를 지내는 날, 이보는 사진장비를 처분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헐값이었고 마음이 많이 쓰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고맙기도 했다. 카메라를 내게 빌려주었던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가 아쉽기도 했다. 서둘러 마음을 수습하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간절하게 절을 했다. 이 영화하는 동안 아무도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모두들 끝까지 함께해서 나중에 그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게 해주세요. 이보의 바램은 그랬었다. 그날은 모두들 즐거웠고 흥건하게 취했다. 모두 낯설은 얼굴들이 모두 새로운 미소를 지으며 시작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 이보는 일찍부터 취해서는 헬렐레! 하였지만 어쩐 일인지 꾸역꾸역 막걸리에 소주를 마시면서도 토할 줄 몰랐다. 긴 겨울의 밤이 낯선 사람들의 수다로 무르익어가는 거라고 이보는 실실 침이라도 흘릴 기색이었다.

첫 촬영은 순조로웠다. 날은 몹시도 추웠지만 모두들 엉켜 다녔고 추운 줄 몰랐다. 눈썰매장의 주인께서는 삼촌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셨고 적극적인 협조 덕분으로 잘 끝낼 수 있었다. 군고구마는 역시 장작불에 구워야 맛있다. 헌팅 때 발견했던 섶 다리가 여전히 건재했고 한철-송새벽의 얼굴을 찍기 위해 들어갔던 강물은 무척이나 차가워 촬영감독과 이보의 발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헌팅 때 만났던 후배는 오늘도 단지 강원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려나와 자신의 자동차를 헌납했다. 그리고 그날도 그 후배가 간절히 원하던 닭갈비는 먹지 못했다. 아침이면 모두들 세트메뉴를 먹어야 한다. 김밥보다야 낫겠지만 상당히 미안스럽다. 배우들 일정 문제로 효리-한예리부터 찍기로 했다. 작업실이 순식간에 세트장으로 바뀌었다. 기름이 떨어지면 곤란하다. 모두가 춥지만 혼자가 아닌 게 정말 고맙다고 이보는 빙글거렸다. 아침 7시에 집합하고 10시에 퇴근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물론 며칠 동안은 새벽에 끝나기도 하겠지만 모두들 감기에 걸리지 말아야할 텐데 하며 이보는 꼭 한 시나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헌데도 이상한 것은 많이 힘들지는 않아 보인다. 뭐 피곤이야 할 테지만 웬일인지 이보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은 것만 같기도 하다.

시나리오에서는 제천이었지만 협조가 용이한 부안으로 갔다. 근처에 내소사도 있고 병원이나 효리의 집이 협조가 되었다. 병원에서는 수혁-이주승의 첫 장면 촬영도 있다. 수혁은 후루룩 눈물을 흘리지만 이보는 울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보는 내심 수혁의 병원 장면을 로우 키로 찍고 싶었지만 양보하기로 한다. 수혁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시간을 時中으로 하기로 했었다. 시계의 시간을 맞추고 인서트를 찍는 동안 이보는 멍하니 다시 시간의 가운데를 공상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걸까? 아직 촬영은 한참이나 남았다. 아침에 이보 혼자 일찍 깨어 부안 시내를 걸었다. 우물이 있는 작은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다시 그 우물에 머리를 박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우물은 말라 있었지만 이보는 그 아래에다가 말하지 못했던 소망 하나를 던지고 돌아왔다. 쌀가마니 들고 내소사로 간다. 내소사에서 효리의 어머니-이정미 선배를 촬영하는 동안 아래의 대웅전에서는 효리와 수혁이 동반 백팔 배를 했다고 한다. 이보는 그들이 무얼 빌었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눈이 내렸다. 사내들은 모두들 차에서 내려 바퀴에 체인을 감았다. 그래도 차는 빙글빙글 돈다. 위기일발 장전해 놓고 자동으로 갈겨대는 꼴인데도 모두들 신나한다. 다행이다. 그리고 모두 무사히 작업실에 도착했다. 서울에도 눈이 많이 내린다. 차 사고가 나는 날이다. 이보는 잔뜩 치켜 올라간 눈으로 길가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아마도 그를 본 옛사람이 있었다면 '변한 거 하나 없군' 이라고 혀를 찼을 게다. 효리는 바닥에 맨몸으로 누워 울어야 한다. 바닥은 이 영화의 예산만큼이나 차다. 허둥대던 덕분에 중요한 소품 몇 가지를 잃어버렸다. 이보는 이 영화의 의상담당이기도 하다. 돌아와 연출부 수정에게 혼이 났다. 제작부 윤하가 타준 커피가 아니었으면 울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긴 우리는 부안에도 몇 개의 소품을 두고 오기는 했다.

시나리오에 있는 장소가 없어 저수지 인근에서 꿈 장면을 찍기로 했다. 이전에 찍은 효리의 장면 때부터 비는 내렸지만 갈수록 빗줄기가 거세다. 이보는 장소를 정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보는 싱긋 웃기까지 한다. 배우와 스탭들 모두 비를 쫄닥 맞으며 꿈 장면을 찍어내는 동안 이보는 효리를 보지 않았다. 이보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비안개가 얼음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한 번 더! 만을 외쳤다. 모두들 이빨이 부딪히게 떨었다. 대체 이보는 왜 그런 걸까? 설렁탕을 먹으러 가서 다들 난로 앞에 모여 젖은 옷을 말렸다. 이렇게도 사랑스런 모습이 이보에게는 꼭 처음만 같았다. 차에서 모두들 뻗어있는 동안 박 피디는 조용히 야간운전을 해야 했다. 아직도 귓가에 얼음위로 비가 내린다.

돈이 바닥이 났다. 첫 번째 헌팅을 나갔을 때는 준호 형이 구세주였다가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종신 형이 산타클로스였고 중간 중간 천사들의 강림과 보살핌으로 꾸려나가던 살림살이가 결국에 말라버렸다. 남은 돈은 삼십이만 원이였다. 비상소집을 걸고 회의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끝까지 함께 하기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기로 했다. 술을 한 잔씩하고 저녁 먹으면서 중대발표를 해야 한다. 이보는 애써 그 곤란함을 감추고 싶었던 게다. 모두들 웃으며 저녁을 먹고는 작업실로 돌아왔다. 헌데 알아서 짐들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연속되었던 촬영이 삼일을 쉬고 모인 참이었다. 모두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버리는 지경이 되었구나. 이보는 취한 척 사람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의자에 누워있었다. 박 피디와 제작부만 남아 대책을 회의하던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자뎅의 재현 누님이다. 어쩐 일이신가 이보가 물었더니 전화를 바꿔준다. 정안이다. 투자를 하겠단다. 이보에게 이 소식은 천사의 재림이었다. 핑! 찬바람이 코끝을 때렸다.

다음 날, 남은 인원들은 다시 부안으로 추가 촬영을 하러 내려갈 수 있었다. 모두들 또다시 아침엔 세트메뉴를 먹어야하지만 웃고들 있었다. 한철-효리-수혁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우는 장면이다. 이보는 내심 그들에게 그런 심정적이 고통을 주는 게 불안하고 불편했었다. 역시나 그들은 힘들어 했고, 그 장면들은 배우가 그 배역으로 살아가는 마지막 순간이어서 인지 물컹한 무언가를 토해내야 하는 고통이 따랐다. 조용히 기다리며 이보는 그들을 안았다.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모두들 잘 해주었다고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한 마음으로 감사해했다. 속절없이 3월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촬영은 끝이 났다. 이보도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가슴이 휑~뚫렸는지 쉽게 끝났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촬영차가 없어서 마지막 촬영에는 운전까지 해주신 최재호 기사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네고 나니 끝이 났는가 보네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래 그렇게 촬영이 끝났다. 또 심하게 뭔가 먹고 싶어졌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지고 배가 고프다. 내일은 이보 혼자일 것이 아마도 이보에게는 큰 걱정이었는지도 몰라 이보의 걸음이 가볍지 않아보였다. 연습이라도 하듯이 이보는 혼자서 콩나물 해장국을 먹었다. 집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글 이난 감독
(*‘이보’는 이난 감독이 본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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