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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동물원 (2009) Dancing Zoo 평점 7.7/10
춤추는 동물원 포스터
춤추는 동물원 (2009) Dancing Zoo 평점 7.7/10
장르|나라
로맨스/멜로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0.12.02 개봉
114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김효정, 박성용
주연
(주연) 한희정, 몬구
누적관객
너의 노래가 나를 사랑하게 해
너의 사랑이 나를 노래하게 해

너의 노래가 좋아. 너의 웃음이 좋아... 너의 세상이 좋아
샵(#)도 되고 플랫(♭)도 되는 사랑의 마법을 만난다!


뮤지션이 되기 위해 상경을 결심한 준수는 동물원의 친구 원숭이에게 이별노래를 불러주다 우연히 실연당한 인디 뮤지션 희정을 만난다. 금새 둘은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가까워지고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는 희정의 기타 세션을 준수가 돕게 되면서, 점점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된다. 그리고 둘은 행복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색깔이 다른 이유로 조금씩 삐걱거리던 둘의 관계는 공연 중 준수가 정해진 파트를 제 마음대로 연주한 후 심한 말다툼 끝에 어긋나고 만다. 기획사에 발탁되어 점점 이름을 알리며 진짜 뮤지션이 되어가는 준수와 또다시 무대에서 홀로 연주하며 노래하게 된 희정.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빈자리를 깨닫고 이끌리 듯 다시 서로를 찾기 시작하는데…

[ About Movie ]

준수 + 음악 = 사랑
희정 + 사랑 = 음악
음악 + 사랑 = 뮤직로맨스!

낯선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 교감의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이야기가 오가면서 동질감으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방의 어느 동물원, 상경을 결심하고 동물원을 찾은 준수와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여행 중인 희정이 처음 만난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던 그들에게 인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작은 기타 모양의 우크렐라를 퉁기며 원숭이들에게 노래를 선물하는 준수. 먼발치서부터 이끌리듯 소리를 따라 온 희정은 원숭이를 상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준수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청춘 남녀의 설레는 감정은 우크렐라의 선율을 타고 가슴에 스민다. 인연의 시작, 음악은 그렇게 둘이었던 준수와 희정을 하나로 만든다.

뮤지션의 꿈을 안고 ‘인디씬의 메카’ 홍대를 찾은 준수. 재능과 열정만으로 혼자 자리를 잡기엔 그에게 서울은 너무나 낯선 공간이다. 놀이터 벤치에서 전전하는 그가 공연의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은 바로 희정의 전화 한 통 때문이다. 희정의 세션으로 무대에 오른 준수는 그녀와 함께 연주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설레는 마음과 행복한 감정을 음악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준수. 불안정한 상황에서 그를 적응할 수 있게 해준 희정과의 공연은 사랑이 되어 준수를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희정. 남자친구와의 이별로 세션을 잃게 된 그녀는 단독으로 무대에 서지만 둘이 있던 자리가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그녀는 짧은 만남으로 찾아왔던 준수를 기억하고, 그들은 함께 공연을 하게 되는 동반자가 된다. 그렇게 준수는 비어있던 희정의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새롭게 시작한 사랑의 감정으로 노래하는 희정. 결핍된 감정을 채워주는 준수의 존재는 희정이 또다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준수를 사랑하게 하는 희정의 노래, 희정을 노래하게 만드는 준수의 사랑. 단순히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하는 도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음악자체로 인물이 가진 감정과, 극의 흐름을 담아낸 <춤추는 동물원>은 2007년 <원스>의 감성을 잇는 ‘2010년 홍대판 뮤직로맨스’로 기억될 것이다.


몽구스 + 네온스 = 몬구
더더 + 푸른새벽 = 한희정
몬구 + 한희정 = 춤추는 동물원!

최근 인디씬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음악영화들이 개봉해 관객들을 공연장이 아닌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다큐멘터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 <좋아서 만든 영화>(2009),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10) 등은 실제 인디 밴드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 그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고민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밴드의 실제 모습을 담은 영화가 있노라면 극영화에 밴드멤버로 출연해 연기자로 데뷔한 뮤지션들도 있다. 밴드 ‘크라잉넛’의 영화 <이소룡을 찻아랏!>(2002)을 시작으로 밴드 ‘노브레인’은 영화 <라디오 스타>(2006)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밴드 ‘문샤이너스’의 차승우도 영화 <고고70>(2008)에 출연해 자신의 끼를 발산, 2009년 춘사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핫한 싱어송라이터 몬구와 한희정이 <춤추는 동물원>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관객들을 만난다.

밴드 ‘몽구스’의 리더이자 보컬로 데뷔해 최근 솔로 프로젝트 ‘네온스’로 활약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몬구는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앨범상(2006)을 수상하며 감각적인 음악 실력을 인정받았다. 기존 앨범 작업뿐 아니라 드라마 <트리플>의 OST에 공동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최근 ‘CJ ONE LIFESTYLE MEMBERSHIP’ 영상의 음악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 다방면에 걸친 재능과 호기심으로 영화 출연 섭외에 흔쾌히 준수 역할로 참여한 그는 꾸미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이 오롯이 묻어나는 연기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더더’의 보컬로 데뷔해 ‘푸른새벽’의 히로인으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은 감성적인 가사와 맑은 울림과 긴 파동의 보이스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조금만 더 가까이>(2010)에 출연해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요조와 함께 미모와 음악적 재능을 모두 갖춰 ‘홍대 여신’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한희정은 <춤추는 동물원>에서 희정 역할을 맡아,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몬구+한희정) x음악감독 = 뮤직 앙상블!
(김효정+박성용) x 공동연출 = 리얼 로맨스!

밝고 경쾌한 음악을 하며 실제 성격도 밝고 엉뚱하고 코믹한 몬구. 여린 듯 차분한 노래를 하며 실제 성격도 차분하고 성숙한 한희정. 서로 다른 음악적 스타일의 두 싱어송라이터가 만나 음악작업을 하면 어떨까. 우려는 기우였다.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음악적 색깔은 오히려 상반된 에너지가 충돌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영화의 감수성을 완벽히 업그레이드 시켰다. 제작단계에서부터 공동음악작업을 시작했기에 몬구와 한희정은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고, 준수와 희정의 심리적 변화를 음악 안에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주연배우의 역할까지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에 따라 극 중에서는 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생각을 노래를 통해 전달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본명을 그대로 사용한 등장인물의 이름처럼 준수와 희정에게는 몬구와 한희정의 성격이 온전히 반영되어 있다. 때문에 영화와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연기와 노래는 특별한 뮤직 앙상블을 이루며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도, 가슴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영화와 혼연일체 된다.

<춤추는 동물원>이 청춘남녀의 연애담을 리얼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부부감독인 김효정, 박성용 감독의 공동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함께 졸업한 그들은 결혼해 홍대 앞에 거주하며 음악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뮤지션이 창작하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몬구와 한희정을 캐스팅한 두 감독은 기존에 제작되는 영화와 차별되는 방식으로 프리 프러덕션 단계를 진행했다. 바로 두 감독과 두 배우가 한달 여 가량 동고동락을 하면서 풀어낸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 연출을 맡은 두 감독은 개인적인 경험과, 매일같이 배우들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그들의 실제 경험담으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포기하지 못하는 두 남녀의 연애담을 풀어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김효정, 박성용 감독과 몬구, 한희정의 성격이 반영된 리얼 로맨스는 섬세한 연출과 공연장면의 감각적인 영상이 결합되어 청춘 남녀가 느끼는 연애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 Music Story ]

준수와 희정의 첫 번째 공연 설 렘
#
<복숭아라도 사갈까>
Song by 몬구+한희정


붉은 물든 마지막 햇살이 떠나기 전 거리의 풍경이었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하루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가는 길이었겠지
난 바라보다가
복숭아라도 사갈까
아니면 다른 게 좋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 길에서
문득 네게 고마웠어

장을 보는 엄마의 빠른 발걸음
따라 투덜거리는 아이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지친 듯한 목소리에
힘겨운 그 미소를
난 바라보다가
복숭아라도 사갈까
아니면 다른 게 좋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 길에서
문득 네게 고마웠어


연인이 된 희정과 준수
행 복
#
<어디라도 좋아>
Song by 몬구+한희정


어디라도 좋아
함께 있는 이 밤
꿈을 꾸는 듯한 너의 미소
잠시라도 좋아
너와 함께라면
그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아
니가 눈을 뜨면
입을 맞추고
니가 잠이 들면
너에 곁에

뽀뽀하고 싶어
너의 눈을 보면
달빛처럼 반짝이는 너에게
장난치고 싶어
너의 얼굴 보면
누구보다 나를 웃게 해줘
너의 손을 잡고
너와 길 걷고
머릴 쓰다듬고

나는 행복해
난 행복해


희정과 헤어진 준수의 밴드 공연
추 억

<나빗가루 립스틱>
Song by 몬구


나빗가루 립스틱
떨리는 그 숨비 소리
설레던 시월에 웃음은
숨결로 이 밤에 나빌레라
짧았던 여름 지나가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숨죽여 취하며 울었던 노래들
모두다 기억해요

누나야 사실 나는 말야
이 밤 또한 잊지 않고
설레어 부르던 시월에 노래들
모두다 기억해요
짧았던 여름 지나가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죽도록 슬프던 이별에 노래들
모두다 기억해요
기억해요


준수와 헤어진 희정의 솔로 공연
소 망

<드라마>
Song by 한희정


거짓말이었어요
내가 더 이상
그댈 사랑 아니한다며
고개를 떨굴 때 말이에요
그댄 울고 있었죠
어리석었던 날들 위엔
그보다 더 못한 나약함이 있고
계속된 위악을 말이에요
난 울면서 행하죠

샤랄랄랄라 흔들리지 말아요
조금만 더 날 속이면 돼요
샤랄랄랄라 눈물은 믿지 말아요
시간을 믿어요


희정이 없는 준수의 외로움
회 상

<나는 알아요>
Song by 몬구


살며시 다가와요 그대
나는 알아요
꿈 속에서 마주친다 해도
난 좋아
이 밤이 다가오고
그대가 속삭이면
내 몸이 떨려오고
그 속에 녹아 드네

살며시 다가와요 그대
나는 느껴요
빛도 없이 잊혀진다 해도
난 좋아
이 밤이 다가오고
그대가 속삭이면
내 몸이 떨려오고
그 속에 녹아 드네


다시 홀로 남은 희정의 기억
치 유

<멜로디로 남아>
Song by 한희정


한동안 나를 채우던
멜로디 흐르지 않고
안녕의 표정으로 서 있구나
만남과 헤어짐은 어느새
서로의 얼굴을 닮아있네 이렇게
알 수도 없었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
끝은 없을 거라 믿어왔으니
언제든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렇지만 우리가 남긴 멜로디와
아 영원토록 변함없을 지난 날들아
넌 여전히 아름답구나

지금껏 멈춰버렸던 멜로디 돌이켜보면
아프지 않았던 것이 없구나
시작과 끝은 내 몸을
번갈아 드나드는데
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남긴 멜로디와
아 영원토록 변함없을 지난 날들아
넌 여전히 아름답구나


준수와 희정의 합주 녹음
그 리 움

<코스모스>
Song by 몬구+한희정


코스모스 저 꽃잎 따라
고요한 몸짓으로
어디까지 너는 가려 하니
가려 하니
나는 이 곳에서 널 보는데
단 한번이면 충분한데

Say Hi~~
Say Bye~~

코스모스 그 향기처럼
아득한 눈빛으로
이 자리에 나를 남겨두니
남겨두니
뒤 돌아서서 날 바라봐
단 한번이면 충분할 테니

Say Hi~~
Say Bye~~


준수와 희정의 마지막 연주
이 별
#+♭
<바람이 우리를>
Song by 몬구+한희정


바람 자던 그 새벽에
한숨 속에 묻어 난 그리움
어지러이 남긴 너의 이름은
밤새 울어 희미해진 기억들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든 비밀을 서로에 말한 시월의 밤
속없이 우노라 지는 하얀 달 아래
눈물졌던 그대 그리고 나

푸르게 젖은 내 편지에
밤새 쓴 것은 너의 이름뿐
어지러이 남긴 너의 이름은
나를 가진 너의 모든 외로움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든 비밀을 서로에 말한 시월의 밤
속없이 우노라 지는 하얀 달 아래
미소 졌던 그대 그리고 나




[ Production Note ]

영화 <춤추는 동물원>의 제작일지는 2008년 여름부터 시작된다.

2008년 7월 21일
삶의 여러 조각들이 어느 순간 이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 짝을 찾아내듯. 그 해 여름 <춤추는 동물원>은 몇 개의 사건들로 인해 기획됐다. 우연히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홍대 근처로 이사 오며 예전보다 클럽에서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득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음악영화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며칠째 인디밴드 “몽구스”의 ‘나빗가루 립스틱’ 이란 노래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때마침 “몽구스”의 멤버 몬구의 동생 링구가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출연한 계기로 몬구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었고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7월 21일 오후 4시. 홍대 정문에서 몬구와 첫 만남을 가졌다.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몬구는 생각보다 덩치가 작고, 까무잡잡하였다. 노래를 부르던 모습처럼 명랑할 거란 기대와 달리 조심스럽고 예의 발랐다. 첫 만남과 어울리지 않게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먹으며 영화의 기획의도와 일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몬구는 우리가 만났던 누구보다도 식사를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음식이 맛이 없어서 뒤적거리나 보다 했는데 정말 쉬엄쉬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음식을 깨끗이 먹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직 영화를 함께 하기로 하지도 않았는데 몬구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단지 식사 습관을 알았을 뿐인데 말이다.

2008년 7월 26일
시나리오의 방향과 성격을 확정 지었다. <춤추는 동물원>은 ‘음악을 하는 남녀의 사랑이야기’이고, 실제 홍대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를 캐스팅하기로 하였으므로 캐릭터에 배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캐릭터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미 완성된 시나리오로 배우들과 미팅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충분한 만남을 가진 뒤 집필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몬구와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캐스팅을 확정하였다. 그는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였고, 관심도 많았다. 그가 당시 흥미롭게 보았다며 추천해 준 영화는 홀리오 메뎀의 <북극의 연인들> 이었다.

2008년 7월31일
파스텔 사무실에서 “푸른 새벽”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한희정을 오후 4시에 몬구와 함께 만났다. 무뚝뚝하고 시니컬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그녀는 밀가루보다도 하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검은 눈동자가 일반인 보다 큰 데다 얼굴이 하얗다 보니 하얀 곰 인형에 검은 눈동자 두 개가 박혀 있는 것처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영화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그녀와 함께 작업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우리는 영화 작업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다.

2008년 8월 4일
첫 만남 이후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인터뷰를 하였다. 영화를 위한 만남이라는 전제를 떠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에 대해 수다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며칠 사이였지만 빠르게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털어놓다 보니 두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희정의 가족들과 음악을 하게 된 계기, 그녀가 어릴 적 느꼈던 감성들. 몬구의 독특한 삶의 과정, 우주관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 했다. 각각의 인터뷰를 몇 번 진행 한 뒤 처음으로 네 사람이 함께 모였다. 희정과 몬구는 서로 이름 정도 아는 사이였지만 희정의 활달한 미소와 명랑한 몬구의 대화 방식 덕에 금세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처럼 우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짓궂게도 이제 한 번 만난 두 사람에게 단 둘이 만나 서로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두 사람이 상대에 대해 적어온 설문지를 읽어보며 희정과 몬구의 성향과 감성이 판이하게 다름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희정은 엘리엇 스미스를 좋아하고, 몬구는 펫 샵 보이즈를 좋아했다.

2008년 8월 12일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기 전에 우리는 어떠한 카메라로 영화를 찍을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파일형 HD카메라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우리는 영화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카메라에 담겨서 좋은 화질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레드원이라는 카메라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고 다행히 국내에 막 들어 온 상황이라 수소문 끝에 김현철 촬영 감독님이 운영하시는 렌탈샵에서 레드원을 대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엔 국가대표가 유일하게 레드원으로 촬영하는 영화였고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샵에 가서 카메라를 테스트 하고 레드원이라는 카메라로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8월 24일
배우면서 음악감독 역할을 맡은 몬구와 희정은 연기연습과 함께 틈틈이 새로 작업해야 하는 음악에 대한 토의도 함께 하였다. 그 사이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골격이 잡혔고, 영화에 들어갈 음악의 곡 수와 어떤 음악들이 어떤 장면에 들어가야 할지를 결정하였다. 몬구와 희정이 함께 3곡을 만들고, 각자 2곡씩 새로 작업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곡 4곡을 합쳐 영화에서 총 11곡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희정의 작업실이나 몬구의 작업실에서 함께 곡에 대한 컨셉을 이야기 하고, 기타로 그 자리에서 리프를 만들면 건반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곡들을 만들어갔다. 음악을 듣는 건 즐겨 했지만 실제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적이 없던 우리는 몬구와 희정의 작업방식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2008년 9월 2일
전체적인 스탭이 어느 정도 결정이 났다. 예산상 사무실을 따로 구할 수 없어 홍대 집을 사무실로 활용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짐은 안방에 잔뜩 몰아넣고, 거실에 책상들을 배치하였다. 집 안은 어느새 담배 연기로 자욱하였고, 구석구석 담배꽁초들이 넘쳐났다. 가정집에서 몇 번의 회의 만에 영화 사무실다운 면모를 갖추었다. 전체 스탭 회의를 통해 미술 컨셉과 장소 헌팅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제일 문제가 되었던 것은 희정 집 세트와 동물원 헌팅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세트를 지을 수 없어 비어있는 옥탑을 활용하기로 하였고, 동물원은 서울 대공원을 비롯하여 전국에 있는 동물원들을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2008년 10월 9일
크랭크 인 이틀 전. 스탭, 배우들과 확인 헌팅을 다녔다. 광주 우치 동물원으로 결정이 난 동물원을 제외하고 홍대 거리부터 시작하여 녹음실, 합주실, 인천 희정 집 옥탑까지 꼬박 하루를 함께 다니며 헌팅 투어를 했다.
희정 집은 인천의 비어있는 옥탑 방에 세트를 지어 활용하기로 하였지만 일정과 예산문제가 얽혀 크랭크 인을 하고 나서 희정 집 촬영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세트 작업이 끝이 났다. 본격적인 촬영을 하기 전에 우리는 레드원 카메라와 렌즈군을 테스트 해보기로 하고 아직 셋팅이 되지 않았던 희정 집 세트자리에서 테스트 촬영을 했다. 낮의 실내, 실외 장면과 밤의 실내 실외 장면을 찍고 다양한 렌즈군으로 촬영을 해 보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레드원이라지만 당시엔 4K라는 크기의 화면을 접한다는 것이 다소 흥분되기도 했다. 다만 촬영 스텝들간의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은 카메라의 ASA를 바꾸어서 촬영을 할 때 고감도로 놓고 촬영을 하게 되면 암부에 노이즈가 생기게 되는 것이었는데 충분한 광량이 없었을 경우 사용하려고 마음먹었던 기능에서 노이즈가 생기자 당황스러웠다. 일부의 스텝은 소스파일은 이상이 없고 프리뷰에서만 그렇게 보인다 하고 일부의 스텝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곧 파일을 프로레스로 바꾸어 확인해 본 결과 이론상으론 맞지 않는다지만 고감도 저노출로 촬영한 화면의 암부에서 노이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1.3슈퍼스피드 렌즈군에도 불구하고 ASA를 평균 200 밤에는 더 낮은 100으로 촬영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조명팀의 ‘미친 듯한’ 조명과 포커스 풀러의 ‘미친 듯한’ 포커스로 밤 촬영의 ‘미친 듯한’ 심도를 만들어 내었다. 지금 생각하면 2k로 찍었어도 괜찮았을 것을 극장 개봉과 스크래치 작업을 염두 해 4K로 작업했던 것이 우둔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2008년 10월 11일
크랭크인. 희정의 첫 씬은 음악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테스트 촬영 때 스탭들과 합을 맞추어 보았지만 역시 첫 촬영은 설레고, 떨리기 마련이다. 희정씨의 첫 테이크는 목소리도 작았고, 얼굴도 굳어있었다. 그 뒤 20회 차를 진행하며 한 결 여유로워졌던 것에 비하면 첫 촬영은 낯섦 그 자체였다. 몬구의 첫 씬은 부동산업자와 함께 집을 알아보는 몽타주씬이었다. 날씨는 화창하였고, 가을 햇살은 눈부시게 따사로워 몬구의 흰 티가 카메라 안에서 빛이 났다. 연습 때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카메라가 돌고 화면 앞에 서니 몬구는 무대에 선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였다. 희정이 신촌에서 처음 모놀로그를 했을 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던 것과 달리 조금은 어색했던 몬구의 대사연기에 비하면 첫 촬영은 너무도 성공적이었다.앞으로 살인적인 스케줄과 엄청난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만큼은 화창한 날씨처럼 화기애애한 크랭크인이었다.

2008년 10월 14일
클럽 ‘DGBD’ 에서 몬구의 밴드 공연을 하루에 몰아 촬영하였다. 무대 위에 서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펄펄 나는 몬구지만 공연 장면만 20번 가까이 촬영을 하니 목이 쉬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얼굴도 일그러져 갔다. 반주에 맞추어 립싱크만 해도 되는데 몬구씨는 기어이 실제 공연 장면처럼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좀 더 좋은 장비로 역동적인 밴드의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달리와 촬영 감독의 두 다리가 전부여서 아쉬웠다.

공연 씬에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지미집 하나 없이 카메라 한대로 촬영 하는 만큼 정확한 편집점이 있어야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에 과도한 워킹보다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는 컷 구성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타 영화의 공연씬보다는 적은 컷 수처럼 보이지만 음악을 압도하지 않는 컷으로 충분히 감정을 전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장비팀 한명 없이 촬영감독과 촬영부들이 직접 달리를 깔고 밀면서 만들어 낸 '나는 알아요' 의 첫 장면은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낸 장면이라 애착이 가는 듯하다. 솔직히 지미집 한대만 있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컷이었지만 사정상 되지 않았고 반대로 지미집이었으면 그런 느낌이 또 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2008년 11월 4일
한 여름에 시작되었던 <춤추는 동물원>의 여정이 쌀쌀한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낭만적이던 날들이 가고, 현실적이고 꽉 짜인 스케줄 속에서 스텝과 배우들은 지쳐갔다. 이 날은 희정의 공연 장면을 클럽 ‘빵’에서 밤샘 촬영을 하고, 연속으로 서울역 촬영과 기차 안 촬영을 위해 목포까지 내려가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희정은 몬구와 달리 앉아서 공연을 하였고, 립싱크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여 조금은 수월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백업을 받았다. 실제로 지금이라면 편집실을 구비해 두고 촬영분을 미리 미리 컨버팅 했을 텐데 당시엔 다 끝나고 컨버팅 할 생각을 했었다. 덕분에 촬영이 끝나고 편집하기 까지 2주의 시간을 꼬박 컨버팅하는 데 소비하고 말았다. 지금도 파일로 작업하는 카메라의 단점인 이 컨버팅과의 씨름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기계가 발전해도 사람들이 노동하는 양은 크게 변하지 않는 다는 느낌이 든다.

2009년 11월 11일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아니었지만 밤이 되면 살을 에는 듯 추웠다. 특히 인천에 마련된 희정 집 세트는 스탭들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많은 스텝들이 바깥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일명 대포라 불렸던 발열기를 한 번 쏴달라며 연신 소리를 쳤고, 우리는 손, 발을 동동거리며 촬영을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은 이제 거의 종착역에 가까워졌고, 희정 집에서의 촬영 장면들은 대부분 민감한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 씬들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희정 집 장면을 모두 소화하려다 보니 배우들도 연출들도 많이 지쳐있었다. 이 날은 결국 최종본에서는 생략된 씬이지만 가장 감정이 격했던 장면을 촬영하였다. 촬영을 하기 전 희정과 사소한 갈등이 있었고, 희정의 감정이 격해져 울음이 터져야 하는 장면에서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희정은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쏟았고, 현장에서 냉정을 찾아야 했던 나는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 당시 숙소를 같이 쓰고 있던 터라 현장을 마무리 하고 오니 희정이 침대 한 쪽에 머리까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이미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기가 뭐라고, 영화가 뭐라고, 음악 잘하고 있는 사람 꼬드겨 결국 맘고생 하게 만드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희정은 다음 날 나를 보며 새침한 눈빛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우린 더 이상 감정 소모할 새도 없이 소화할 씬들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다시 정신 없이 촬영을 시작하였다.

2008년 11월 16일
크랭크 업. 서해안에서 일몰 시간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촬영을 하고, 광주 우치 동물원으로 출발하였다. 동물원 일정 때 하필 가을 소풍 시즌이라 일 년 중 제일 손님이 많아 마무리 짓지 못한 촬영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우중충 하였고, 비도 조금씩 내려 촬영을 하다가 철수하고, 다시 재개하다 철수하기를 반복하였다. 결국 노출도 나오지 않고, 비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지막 컷이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촬영을 마무리 하였다. 각자의 짐을 챙기느라 분주한 스탭들.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지우는 배우들. 간간히 건네는 악수들과 수고하셨다는 한 마디. 때 마침 동물원엔 관람객 한 명 없이 쓸쓸하였고, 비까지 내리다 보니 우리는 서로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서울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크랭크업 이후.
촬영이 끝난 뒤 희정과 몬구는 음악 작업을 마무리 하였고, 생계로 인해 편집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우리는 2009년 5월에서야 편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든 파일을 프로레스로 컨버팅을 끝마친 후 4TB가 넘는 데이터를 편집하기 시작하면서 춤추는 동물원과의 긴 편집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처음 스토리위주의 영화보다는 감정과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형식을 위주로 구성했기에 편집본이 많아 질 수밖에 없었다. 레드원으로 작업한 후 지금은 나름 최상의 결과물을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엔 스크래치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아직도 스크래치를 거친 결과물이 어떠할 런지 제대로 경험 해 보진 못했지만 프로레스로 마스터를 내고 컬러로 색보정한 결과물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언제나 촬영을 하고 나면 느끼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기계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색보정을 했느냐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겼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것. 다만 레드원을 통해 기존의 독립영화가 가졌던 심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고 또한 필름 룩에 대한 이런 저런 논란을 종지부 찍을 수 있었던 것이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작업이 거의 끝났다. 곧 관객들을 만날 <춤추는 동물원>이 쉽게 외면 받거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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