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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 (2009) Cafe Noir, Café Noir 평점 6.3/10
카페 느와르 포스터
카페 느와르 (2009) Cafe Noir, Café Noir 평점 6.3/10
장르|나라
로맨스/멜로/드라마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0.12.30 개봉
198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감독) 정성일
주연
(주연) 신하균, 문정희, 김혜나, 정유미
누적관객
사랑을 잃은 자들의 밤

지구 어딘가, 이 밤거리를 함께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음악교사인 영수(신하균)는 같은 학교 선생 미연(김혜나)과 연인관계다. 미연에게 관심을 잃은 영수는 여행지에서 만난 학부모 미연(문정희)과 불륜관계를 맺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을 통보 받는다. 이별 후 닥친 절망에 괴로워하던 영수는 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선화(정유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를 따라가다 쫓아 오는 치한으로부터 선화를 구해주면서, 선화의 연애에 관한 사연을 듣게 된다. 그녀의 순수와 순정에 반한 영수는 다음날 선화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선화는 영수에게 자신을 절대 사랑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그날 이후 그녀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그녀의 편지를 남자에게 전달하고, 자신은 외로워하는 영수. 매일 같은 시간, 선화를 만나고 달빛처럼 청초하고 순수한 모습에 미소 짓지만, 결국 그녀는 떠나고 마는데……

[ 프롤로그 Prologue ]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입니다.
그 남자 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은 것처럼 나흘 밤을 보낸 다음 한밤중에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 먼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깨어난 지 꼬박 세 시간이나 되었어요, 어머니,
밤 새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내가 오늘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다음 저에게 신약성서를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아무렇게나 펴서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었습니다. 나를 말리지 마라,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보이지요, 어머니, 나를 말리지 말라는 말은
내가 죽어야 한다는 뜻 입니다.
새벽에 그 남자는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그 남자의 가련한 눈 먼 어머니는 어떻게도 위로할 수 없었습니다.
일꾼들이 유해를 운반해갔습니다.
성직자는 한 사람 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편지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편지가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이천구년 기축(己丑)년에는 가내 평화와 선생님의 행복을 기원 합니다.”

<카페느와르> 중 미연의 나레이션에서 발췌




[ About Movie ]

첫번째 밤

<카페느와르는> 드라마라기보다 차라리 에세이입니다. 이 영화를 하나의 드라마로 보려는 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카페 느와르>는 영화에 전 존재를 걸고 살아온 한 시네필이 영화에 다가가려는 사적 고투이며 영화의 표현 가능성에 대한 또 하나의 탐구입니다. 정성일 감독은 평론가에서 감독의 자리로 옮겨가 영화를 만든 것이라기보다, 여전히 비평가의 자리에서 영화로 비평을 쓰고 있다고 보는 편이 차라리 맞을 것입니다. 장 뤽 고다르가 <미치광이 피에로>를 만들고 나서 “이 영화는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향한 시도”라고 말했습니다만, 이 말은 <카페 느와르>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자연스러움과 조화와 합일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움과 충돌과 파열이 우선합니다. 혹은 그 양자가 교차됩니다. 의도된 어색함, 다른 인물들에 의해 주문처럼 반복되는 대사들, 내레이션과 화면 혹은 대사의 시간의 화면의 시간의 불일치 혹은 시간과 공간의 비약, 넌센스에 가까운 삽입장면들의 삽입, 가정(假定)과 실제의 혼용, 꿈과 현실의 도착(倒錯) 등등 <카페 느와르>는 하나의 드라마로 받아들여지기를 한사코 거부하며 이 같은 반관습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새롭게 사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페 느와르>는 형식 실험으로 점철된 아방가르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명료한 이야기의 줄기가 있습니다. 알려진 대로 <카페 느와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각색해 각각 1, 2부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햄버거를 먹고 자살하려는 소녀의 이야기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뉘어 배열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에는 사랑해선 안될 두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와, 이상한 한 소녀의 이야기, 이렇게 두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른은 죽지만, 소녀는 살기로 결심합니다. 혹은 남자는 죽지만 여자는 살아남습니다. <카페 느와르>는 영화에 관한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죽음과 삶에 관한 성찰입니다.


두번째 밤
<카페 느와르>는 장소의 영화입니다. 이야기를 위해 꾸민 공간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서울이라는 장소의 질감과 표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남산, 세종로 일대, 덕수궁, 남대문 재건 현장, 그리고 문제의 청계천… 한국의 모든 것이 집약된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구성하는 이 장소들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있는 동안, 당신은 이 익숙한 장소들이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 영화가 그 장소들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세속적 이미지를 대변하는 남산 타워가 숭고한 성모상과 나란히 놓일 때, 혹은 청계천의 낡은 상가들과 시장이 기나긴 트레블링 숏으로 끝없이 이어질 때, 혹은 영화의 인물이 그 아래 탈시간적인 모조의 하천 둑방을 하염없이 걸어갈 때, 이 장소들은 일상적이고 현재적인 기능을 넘어서 새로운 시간과 기억을 불러들입니다.
카페 느와르는 그러므로 또한 시간과 기억의 영화입니다. 청계천의 새로운 하천과 낡은 건물은 전근대의 기억과 근대의 속도 사이에서 우리의 시간감각을 교란합니다. 같은 청계천에서 촬영되었으면서도, 흑백 화면에 담긴 꿈과도 같은 허구의 로맨스와, 칼라의 화면에 담긴 기괴한 형상의 공존은 우리의 혼란스러운 내면 풍경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어떤 영화들은 우리에게 물질화된 기억을 남깁니다. 한강에 가면 <괴물>의 기억이 침범하고 분노는 <올드보이>의 행동을 불러들입니다. 또한 평화로운 놀이공원에서 <살인의 추억>의 잔영이 습격하기도 합니다. <카페 느와르>에는 어떤 세밀한 다큐멘터리도 담을 수 없는 21세기 서울의 삶의 내면적 기록입니다.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을 보는 동안 거의 의식할 수 없는 이유도 그 기록의 절절함과 시급함 때문일 것입니다.


세번째 밤
<카페 느와르>는 교양의 영화입니다. 괴테와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 <극장전> <괴물> <올드보이> <행복> <살인의 추억> 등이 직접 혹은 간접 언급되며, 엔딩 크레딧에는 브레히트, 체호프, 라캉 등의 인용이 밝혀져 있습니다. 동시에 여기엔 <빨간 풍선>의 소품, 고다르의 <주말>의 트래킹 시퀀스, <따로 또 같이>의 카페 장면에 대한 오마주가 있으며, 장 마리 스트라우브의 구도, 오즈 야스지로의 쇼트, <친애하는 당신>의 크레딧의 변형, 또한 성서와 디오게네스의 일화의 코믹한 인용 등도 망라됩니다. 아마도 그 인용들의 최종 목록은 정성일 감독만의 영원한 비밀일 것입니다.
물론 <카페 느와르>는 암호를 매설하고 그 암호를 푸는 자에게만 입장을 허용하는 퍼즐의 제국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영화광의 단순한 지적 유희가 아니며, 이 영화의 인용과 변주들은 텍스트 내부에서 다른 요소들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엄격한 계획의 산물이 아니라, 장소의 물질성과 구체성, 그리고 우연성을 신뢰하는 열린 영화임에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카페 느와르>에는 당대의 영화광이자 필사적 탐독가으로서의 정성일의 사적 기억의 몽타주, 교양의 아카이브가 담겨 있습니다. <카페 느와르>는 많은 해석과 반응에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영원히 개인적인 영화, 감독과의 최종적이고 궁극적 대화를 대화를 실현할 초(超)수신인(바흐친)을 기다리는 그런 영화이기도 합니다. <카페 느와르>는 한국영화사에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진정한 21세기의 영화입니다.




[ 촬영 뒷 이야기 Production note ]

걷고, 또 걷고…서울의 반바퀴를 걸었던 제작현장!

<카페느와르>는 서울,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남산, 남대문, 청계천, 덕수궁 등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정성일 감독은 이 공간을 담기 전 세워둔 철칙이 있었는데 바로 공간이 화면에 담길 때의 햇빛이 중요했기에 시간, 날씨가 정확해야 했던 것. 물론 모든 영화현장이 날씨에 구애를 받지만 <카페느와르>는 유독 날씨에 예민했고 헌팅 스케줄 역시 10분 단위 시간별로 짜서 정확한 스케줄로 진행됐다. 이에 스탭들은 남산 등산은 기본이고 광화문부터 청계천 끝까지 걷고, 또 걷는 강행군을 계속 해야 했다고. 특히 청계천 촬영씬에서는 감독이 배우들에게 ‘걷고 있을 때의 느낌’을 얻어 갈 것을 제안하여 신하균, 정유미, 김혜나도 걷기에 동참했고 그 해 겨울 배우와 스탭 모두가 걷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카페느와르>에는 <극장전><올드보이 ><괴물>이 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최근 출간된 정성일 감독의 영화비평서가 있다. 정성일감독은 책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구성원들은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주장한다. 우리는 종종 삶의 어떤 순간에 영화의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올드보이>의 세상에서 살다 한강에 오니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고, <괴물>에서 나오니 다시 <극장전>의 세계로 들어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들이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길 바라는 진정한 시네필의 마음이다. 정성일 감독은 <극장전>,<올드보이>,<괴물>을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영화로 생각해, 이 영화들과 함께 살아간 한국사회를 끌어당기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카페느와르>에서 영화 속 영화를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데 이 장면들을 위해 김상경, 김병옥, 김영필이 등장한다.


12월 31일, 인간바리게이트로 완성한 보신각 촬영 현장!
<카페느와르>에는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타종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12월 31일을 손꼽아 기다린 스탭들은 주어진 단 하루, 정해진 시간 내에 수 많은 인파가 모이는 종로 보신각에서 촬영해야만 했다. 그 어떤 날도 그날을 대신해줄 수 없기에 모든 집중력을 이날의 촬영에 쏟아 부었던 스탭과 배우들. 추운 날씨에 밤촬영이라는 악조건 가운데 긴장감 도는 촬영은 시작됐고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통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스탭들 간의 바리게이트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 때 발전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종로의 특성상 말통에 기름을 가득 넣고 옮기던 제작부 스탭을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한 경찰이 검거하는 상황이 발생해 촬영이 미뤄졌고 현장에선 제발 한 해가 가지 않기를 기원하며 애가 탔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는 미연(김혜나)의 뒤로 오가는 행인들 모두 현장 스탭들로 스탭 아닌 척 행인 연기를 하며 배우의 동선을 보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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