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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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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2008) Exhausted 평점 5.1/10
고갈 포스터
고갈 (2008) Exhausted 평점 5.1/10
장르|나라
공포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09.09.03 개봉
128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감독) 김곡
주연
(주연) 장리우, 박지환, 오근영
누적관객
이토록 아름다운 충격은 없었다!

세기말의 황폐함으로 가득한 불모의 갯벌,
언어를 잃은 채 오직 ‘몸’으로만 소통하던 두 남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파국의 배달부가 당도했다!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황폐한 갯벌 위에서 놀고 있던 한 여자를 ‘주운’ 남자는
여자를 데려가 공단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춘시킨다.
틈만 나면 달아나려 애쓰는 여자는 번번이 남자에게 붙잡히는데…

어느 날 그들 앞에 한 중국집 배달부가 나타나고, 여자는 강렬한 떨림을 느낀다.
며칠 후, 드디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 여자.
배달부는 함께 달아나자고 제의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로 되돌아가 버린다.

두 남녀에게 배달부가 다시 찾아오면서,
숨 막히는 공포와 거대한 파국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 About Movie ]

이토록 지독한 충격은 없었다!
<고갈>, 유례없는 표현의 수위로 한국영화계를 경악시키다

<고갈>은 ‘비타협영화집단 곡사’의 김곡 감독이 연출했다. ‘곡사’는 2001년 <이 사람을 보라>로 데뷔한 이래 명민한 정치적 풍자로 당대의 관습을 모반하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그룹.

<고갈>은 ‘곡사’의 김곡 감독이 독자적으로 연출한 첫 번째 작품으로, 황폐한 갯벌에서 만난 두 남녀에게 정체 모를 자장면 배달부가 나타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설정의 장편극영화다.

<고갈>은 개봉 전, ‘관객을 경악시키는 표현의 수위’에 관한 소문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특히 충격적인 표현의 수위가 정점으로 치닫는 ‘후반 30분’에 대한 극과 극으로 엇갈린 반응은 <고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제로 한 영화제에서는 후반30분을 견뎌내지 못한 관객들이 줄줄이 극장을 빠져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말 못하는 여자, 그 여자를 매춘하는 남자, 거대한 가학과 끝없는 탈주’라는 거침없는 소재와 충격적인 표현으로 한국영화계를 패닉에 빠뜨린 <고갈>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사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의 정점에 섰다. 재심의를 통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는 했으나 “청소년들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자, <고갈>이 가진 표현의 수위 대한 일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이토록 뜨거운 도발은 없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세 배우의 연기, 그리고 또 하나의 캐스팅!

<고갈>은 12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도망치는 여자, 쫓는 남자, 그들을 압박하는 배달부’라는 의외로 단순한 인물구성과 스토리로 이뤄졌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긴 러닝타임과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3명의 배우들이 가진 압도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졌다. 스크린을 터트릴 것만큼이나 강력한 세 배우의 연기는 관습적인 역할극에 머물러 있는 한국영화계를 향해 던지는 뜨거운 도발이다.

한 편 <고갈>은 영화의 캐스팅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고갈>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낯선 미학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감독은 <고갈>이 단순한 대사로는 표현되지 않는 공허와 불안의 모습들을 포착하길 원했고,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이미지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황폐한 갯벌, 허무와 공허가 가득한 공장지대, 공장지대의 굴뚝과 실린더 등의 이미지를 ‘캐스팅’했다. 이 공간들을 찍은 8mm필름을 35mm사이즈로 확대해서 곧 사라질 듯 보이게 만든 <고갈>의 낯선 영상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캐스팅이다.
이에 더해 노이즈 뮤지션 홍철기가 만들어낸 ‘음원을 상실한 불길한 앰비언스’는 감독이 의도한 <고갈>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스토리가 아닌 에너지와 이미지로 무장한 <고갈>은 관습적인 영화보기 틀에 얽매인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토록 격정적인 찬사는 없었다!
로테르담, 부산, 서울을 극찬으로 뒤덮은 고갈의 힘!

<고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로 줄곧 ‘경악을 동반한 찬사’가 따르는 화제작.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진출 등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9년 시라큐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특별언급 등 13개 수상 부문 중 4개 부문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세기말의 황폐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세 인물의 이야기. 소멸과 불안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찬 푸르고 거친 필름의 이미지. 인간 욕망의 파국을 통한 역설적 카타르시스. 웰메이드 영화의 세련된 플롯과 정반대에 서있는 <고갈>에 전세계가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 세르지오 울프(Sergio Wolf)는 “<고갈>을 보고 영화엔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갈>은 영화가 아니다. <고갈>은 영화 폭탄이다” 라며 격찬했다. 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는 <고갈>이 ‘관습에 대항하는(transgression) 호러’라며, ‘관객들은 그들이 가진 영화보기의 관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라큐스국제영화제는 <고갈>에 대해 ‘성숙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라 평하며 영화제의 주요 상을 수여했다.

<고갈>은 치밀하게 계산된 낯선 세계를 통해 보는 이에게 당혹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갈>의 영화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는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roduction Note ]

핸드메이드 걸작, <고갈>
감독이 직접 현상한 필름 184,320 커트가 스크린 위에 그려지다

<고갈>은 노출을 낮춰 촬영한 고감도의 슈퍼 8mm 필름을 35mm사이즈로 블로-업(blow-up)한 후 HD로 컨버팅하는 복잡한 탄생과정을 겪었다. 블로-업을 통해 의도적으로 그레인(입자)이 부풀려진 필름은, 심지어 약품으로 오염되는 과정까지 거쳤다.

촬영만큼이나 현상도 고됐다. 최근에는 슈퍼 8mm 카메라를 사용하는 작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필름현상 업체도 따로 없는 열악한 상황. 김곡 감독은 국내 유일의 8mm필름 현상업체인 8mmfilm.co.kr의 우병훈 대표와 함께 100여 롤의 필름을 직접 현상하다가 “난생 처음 손수 강장제를 사먹었을 정도”라고 현상 때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네가(음화) 커팅도 문제였다. 필름 위에 키코드가 없는 8mm필름의 특성상, 감독은 그 작은 필름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면서 컷을 끊어야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35mm필름이 호수라면 16mm는 목욕탕이고 8mm는 세숫대야 정도 될 것이다.)
김곡 감독과 공동 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 김선은, 필름현상을 하다 나중에는 “손의 촉감만으로 컷 포인트를 찾아내는 비기를 체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걷지 않는 지난하고 어려운 길을 택한 감독의 뚝심과 용기, 그리고 감독과 함께 작업한 많은 이들의 열정이 더해진 리얼 핸드메이드 필름, <고갈>.
9월 3일, 우리는 21세기 한국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수작업 필름을 보게 될 것이다.


잊혀질 공간에 대한 특별한 기록
사라져가는 새만금과 남동공단, <고갈> 안에서 다시 살다

<고갈>은 한창 개발 중이던 새만금과 인천 남동공단에서 촬영했다. 김곡 감독은 이미지 채집을 위해 가끔 16mm 카메라를 들고 “찍을만한 것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방문한 남동공단의 묘한 이미지에 곧 매료되고 만다. 모든 것이 죽은 듯 고요해 음산하기까지 했던 갯벌과 그 위에 서있는 한 대의 굴착기. 감독은 그 때 그 굴착기가 “마치 언제라도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는 평면 밑 깊이를 측정하는 게이지처럼” 서있었다고 회고했다.

남동공단과 새만금을 살펴본 감독은 ‘사라져가는 공간’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기록하기로 결정하고, 즉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5일 만에 완성된 단편 시나리오는 <고갈>의 원형이 됐다.

소멸해가는 인물들의 애처로운 드라마와 사라져가는 새만금/남동공단의 만남은 더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화면으로 돌아왔다. 더는 볼 수 없는 새만금과 남동공단의 모습이 <고갈> 안에서 더욱 묘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환생한 것이다.



[ Hot Issue ]

독립영화의 새로운 서막!
<고갈>, <워낭소리><낮술>을 넘어 독립영화가 나아갈 길을 묻다

2009년은 독립영화의 해였다. <워낭소리>의 대중적 성공을 계기로 독립영화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젊은 패기에서 출발한 독립영화가 대중들의 기호로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순간이었다.

독립영화의 성공이 <워낭소리>에서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독립영화는 <후회하지 않아><우리학교><우린 액션배우다> 등의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꾸준히 관객들을 사로잡는 대중성을 검증 받았다. 그러나 <고갈>은 <워낭소리>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독립영화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본격적인 대중과의 만남을 선언한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낮은 목소리><송환> 등이 5만 ~ 10만의 관객을 동원한 이래, 독립영화는 대중의 취향과 호흡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사실, 지난 십 수년간 독립영화는 파격과 실험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둘 하나 섹스>는 제한상영가 문제에 대한 적극적 태도로 헌법소원 승리라는 초유의 성과를 얻었다. 이로써 ‘독립영화=표현의 자유’라는 공식이 처음 대두됐다. 노인들의 성애를 소재로 한 <죽어도 좋아> 역시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무모하고 집요한 미학적 도전으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던 <고갈>.
2009년 독립영화는 대중성과 더불어, 거침없는 예술성을 실험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독립영화계의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 대안마케팅을 모색하다
서울독립영화제, 전년도 대상 <고갈> 개봉에 배급/마케팅 지원

<고갈>의 마케팅 전담자는 상업적인 마케팅 전문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단체인 서울독립영화제다. 배급사에서 마케팅을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영화계에서, 전문적 마케팅 대행사가 아닌 영화제 사무국이 마케팅을 전담한 것은 전무한 일이다.

서울독립영화제2008 본선심사위원장이었던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에게 “같은 창작자로서 질투가 날 정도”라는 찬사와 함께 대상을 수상한 <고갈>은 2009년 인디스페이스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되어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학적 성취와 영화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 받은 <고갈>은 그러나 정작 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 감독의 뚝심 하나로 완성된 <고갈>은 상업적인 성공을 약속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곡사의 영화를 상영하며 인연을 맺은 서울독립영화제가 감독을 돕겠다고 나섰다. 영화제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 시상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이후에도 더 많은 관객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여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고갈>의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독립영화의 배급/마케팅 일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 특히 “주류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영화적으로 의미 있고 뛰어난 영화들을 위주로 새로운 배급/마케팅 루트를 모색할 생각”이다. 상업영화와는 다른 배급/마케팅 방식을 필요로 하는 독립영화 배급에 서울독립영화제의 행보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시 만나는 곡사의 전작(前作)들
곡사, <고갈>개봉을 맞아 작품전을 기획하다

쌍둥이 형제 김곡과 김선은 본인들을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라 일컬으며 활동하고 있다. 곡사는 데뷔 후 <정당정치의 역습> <자살변주> 등을 만들며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발표하는 신작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는 이제 21세기 한국독립영화계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창작집단이 됐다.

곡사는 이번 <고갈> 개봉에 맞추어 지난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인 곡사의 다양한 전작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략) 곡사의 작품은 그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영화제 이외의 공간에서 온전히 소개되지 못했다. 한국의 주류영화문화가 아직 ‘곡사’의 영화를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고갈>의 극장 개봉과 기획전까지도 일종의 도전이다. 2001년 이후 지속되어 왔으며, 21세기 초입 한국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온 그들의 영화적 실험과 반항은 점점 더 밀도를 더하면서, 큰 자장을 만들 것이다.

-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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