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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는 (2007) My Song Is... 평점 8.0/10
나의 노래는 포스터
나의 노래는 (2007) My Song Is... 평점 8.0/10
장르|나라
로맨스/멜로/드라마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08.04.25 개봉
80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안슬기
주연
(주연) 신현호, 민세연, 주민하, 윤세민
누적관객
안녕...
내 노래 좀 들어볼래?
답답한 가슴을 뜯어 외치는 소리...
미치진 말자! 삐지진 말자!
멈추진 말자!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해가는 나이 스무 살!
희철은 특별한 꿈도 없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분식집 배달원. 불한당 같은 아버지와 손자보다 종교활동이 더 중요한 할머니와 단칸방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갑내기 영화과 학생들을 만나고 얼떨결에 그들 실습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희철은 영화를 꿈꾸는 아이들 세계에 편입하면서 막연히 그들의 열정을 동경하고, 설렘과 부러움을 느끼지만 작은 배신감도 함께 맞본다. 늘 주변을 떠돌기만 했던 희철은 새 인생을 위해 가출한 할머니를 긍정하고, 없는 줄만 알았던 자신의 한줌 꿈을 발견해낸다.
스무 살 희철은 이제 꿈을 품은 퀵서비스맨이다.


[ About Movie ]

굿바이 소년, 헬로 청춘!
진짜 꿈을 찾는 나이 스.무.살

무릇 스무 살이란 드디어 기상에서 취침까지 시간표가 짜인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미성년이란(띄어쓰기)잣대로 가해지는 모든 제재를 벗어나는 나이.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딛는 설렘으로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당당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며, 술집에 드나 들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맘껏 볼 수 있는 나이다. 이 땅의 모든 소년, 소녀가 드디어 어른으로 입문하는 그 달콤한 첫걸음. 하지만 스무 살이 언제나 향기롭고 달콤하지 않았던 것도 우리는 기억한다.
설렘과 왠지 모를 희망으로 어른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도 유년을 관통했던 고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더욱 뼈저리게 알게 된다.

실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자료의 통계를 보면 19~24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이성문제(3.4%), 가정문제(8.2%), 공부문제(19.1%) 순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그들 고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직업(45%)에 대한 고민이다. 홀로 일어설 준비를 해야 할 시간,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할 시간, 그리고 본격적으로 현실과 꿈을 저울질 해가며 삶을 헤쳐나가야 할 시간이 바로 스무 살 인 것이다.

영화 <나의 노래는>의 주인공 희철은 바로 그 스무 살의 문턱에 막 들어 선 소년. 손자보다 종교가 더 중요한 할머니와 불한당 같은 아버지가 유일한 가족으로, 분식집 배달로 밥벌이를 하는 스무 살의 희철은 여느 아이들보다 더 궁색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던 중 희철은 우연히 동갑내기 대학생들의 단편영화 주인공이 된다. 그 속에서 희철은 프리스타일 랩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생애 첫 키스를 나누며, 영화라는 한줌의 꿈을 품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할머니는 자신만의 새 인생을 위해 가출했고, 아버지는 여전히 불한당이지만, 스무 살 희철은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는다. 현실이 각박한 만큼, 이제 희철에게는 더 높게 뛰고, 더 멀리 보고, 더 열심히 노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에게는 이제 스무 살의 꿈이 있다. 영화 <나의 노래는>의 희철은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 땅의 모든 스무 살, 꿈과 희망으로 현실에 꿋꿋이 두 발을 딛고 서있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다섯은 너무 많아> 안슬기 감독의
풋풋한 청춘 멜로!

2005년 ‘요즘은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낫다’는 호평 속에 ‘CJ 아시아 인디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2005년 ‘전주영화제 관객평론가상에 특별언급’ 되었으며, 그 해 전국 10개관 개봉으로 언론과 관객의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신개념 가족무비 <다섯은 너무 많아>.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알콩달콩 가족이 되는 모습을 그린 <다섯은 너무 많아>로 독립영화계에 유쾌 발랄한 바이러스를 전파했던 안슬기 감독이 2년 만에 두 번째 장편영화 <나의 노래는>을 내어 놓았다. 첫 번째 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가 ‘선생님’ 안슬기를 ‘감독’ 안슬기로 화려하게 데뷔시켰다면,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은 풋풋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사랑과 성장을 투명하고 내밀하게 담아낸 ‘청춘 멜로’로 ‘영화감독’ 안슬기로의 입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수작이다.

안슬기 감독은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주인공 시내의 단칸 방에 식구가 하나 둘 느는 과정을 코믹 발랄하게 보여주면서 유쾌한 스토리텔러로써의 재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면, <나의 노래는>에서는 보다 캐릭터에 집중해 그의 영화 안에 한 ‘사람’을 오롯이 그리는데 성공했다. 주인공 스무 살 희철의 무심하지만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그를 둘러싼 동갑내기 영화과 대학생, 습관처럼 희철에게 삥을 뜯는 불량배 친구, 불한당 같은 젊은 아버지 등 주변 사람의 캐릭터가 담백하고 현실감 넘치게 흑백 화면 속에 진중히 담겨 있다. 핸드헬드로 많은 장면이 촬영된 <나의 노래는>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안슬기 감독이 선사하는 팍팍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스무 살 희철을 온전히 만나게 된다.

<나의 노래는>과 전작 <다섯은 너무 많아>는 같은 자장 안에 놓여 있는 영화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좁은 단칸 방에서 생활하며 진짜 가족보다 더 큰 가족으로 거듭나 듯, 아무 희망도 가지지 못했던 희철이 한 줌 꿈을 움켜지고 성장하는 모습은 사람에 대해 긍정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안슬기 감독이 빚어놓은 것들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눈으로 그린 안슬기 감독의 풋풋한 청춘 멜로, 기대할 만하다.


청춘의 꿈을 그리는 <나의 노래는>의 독특한 미장센
현실과 꿈을 오가는 흑백&칼라 화면

영화 <나의 노래는>는 요즘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흑백영화다. 안슬기 감독과 최택준 촬영감독은 스무 살 희철의 변화와 성장 그 자체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봤고, 주인공인 스무 살 희철이 영화 속에서 완전히 보이길 원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흑백 화면은 영화 배경과 다른 색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꿋꿋이 현실을 걸어나가는 희철을 효과적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봤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제 막 세상으로 걸어 나온 스무 살 희철을 둘러싼 일상의 사건들과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은 흑백 화면 속에서 진중하지만 담백하고 섬세하게 담겼다. 모든 다른 요소들은 배제되고 영화는 온전히 희철의 행동과 감정, 생각에 집중된다.

하지만 <나의 노래는>에는 흑백화면 중간 중간에 칼라 화면 역시 섞여 있다. 그것은 바로 희철이 동갑내기 대학생들의 실습영화에 주인공으로 연기하는 장면들이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나이이지만 스무 살을 밝혀주는 가정환경과 가족 없이, 그리고 자신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희철에게 우연히 참여하게 된 영화 작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첫사랑의 달콤한 감정까지 맛본 영화 현장은 희철에게 난생 처음으로 ‘하고 싶다’는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감정을 알려준다. 안슬기 감독은 그렇게 희철에게 남다른 의미가 되는 영화현장을 흑백의 현실과 차별화하고 싶었고, 희철의 그 꿈 같은 시간은 ‘거친’ 칼라로 표현했다. 최택준 촬영 감독은 영화 속 ‘영화’ 장면들을 칼라로 찍고, 이것을 다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플레이 시킨 뒤 HD카메라로 재 촬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의도적으로 칼라 화면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찍히는 것을 거부하고, 거칠고 탁한 화면을 연출한 것이다. 희철의 꿈은 아름답지만, 그는 여전히 버거운 현실 위에 서 있으며 꿈을 향해 그가 걸어 가야 할 길이 새삼 멀다는 것을 둔탁한 칼라 화면을 통해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나의 노래는>은 청춘의 희망과 좌절 그리고 성장을 지금까지의 어떤 청춘멜로 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는 독특한 미장센으로 담고 있다. 희철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선명한 흑백 화면과 꿈꾸고 웃고 달리는 소리가 그대로 담긴 거칠고 역동적인 칼라화면의 조화는 이질적이지만,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흑백 화면 속 희철의 진짜 삶과 컬러플한 화면 속에 담긴 희철의 꿈, 그 둘 사이의 간격은 각 화면의 차이만큼이나 크지만 더 없이 깊고 간절하게 느껴진다. 독특한 흑백과 칼라 화면의 조화 속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청춘의 아름다운 순간이 바로 영화 <나의 노래는>에 담겨있다.




[ Production Note ]

13회 차 촬영, 1500만원 제작비, 20여 명의 스텝…
작지만 속 찬 영화의 비결!

지난 3월 24일, 영화 개봉을 한달 앞 앞두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주관하는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 행사에 <나의 노래는>이 상영 되던 날, 광화문의 작은 극장은 젊은 스텝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안슬기 감독을 비롯한 주요 스텝은 물론, 배우들과 스텝의 지인들까지 극장을 찾아와 영화 상영을 축제처럼 즐겼다. 13회 차 촬영, 1500만원을 웃도는 프로덕션 비용, 약 20여명의 스텝. 작은 규모의 영화 <나의 노래는>이지만 영화를 향한 모든 스텝들의 애정은 어느 블록버스터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2006년 겨울, 영화 <다섯의 너무 많아>에서 하나씩 식구가 늘어가는 것처럼 알음알음 현장 스텝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 개봉 후 2년, 안슬기 감독이 다시 '사고'를 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가족도 꿈도 변변치 않은 스무 살 분식집 배달원 희철을 통해 학교에서 늘 만나는 아이들에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안슬기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나의 노래는>에 투자자가 나설 리 만무했고, 감독은 사비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주요 스텝들의 인건비는 지분 계약서로 대체되었고, '노미술, 노분장, 노조명'이라는 안슬기 감독의 제작원칙을 모성진 프로듀서가 가까스로 설득해 조명, 미술 스텝을 포함해 최소한의, 하지만 최대규모의 스텝이 영화 <나의 노래는>을 위해 꾸려졌다.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촬영은 대부분은 왕십리 일대에서 이루어졌다. 주인공 희철이 할머니와 사는 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식집, 그가 처음 영화 촬영을 하는 골목길 등, 최적의 장소 섭외에는 물론 스텝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다. 희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식집은 주인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진짜 분식점을 섭외해 스텝들이 이름도 없었던 분식집에 ‘이름 없는 집’이라는 간판까지 손수 만들어 걸고 청소하며 촬영장으로 활용했다. 희철의 할머니가 제 집보다 더 열심히 다니시는 교회며 민하가 떠나기 전 이별의 아쉬움을 보이는 공원까지 모두 스텝들이 발 품을 팔아 장소 대여 비 없이, 섭외한 곳들이다. 배우들 또한 한 달 동안 여관에서 숙식을 함께 해결하며 열정적으로 이 땅의 스무 살들을 몸 속 깊숙이 그려나갔다. 저 예산, 소수의 인력, 짧은 촬영 기간 이 세가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영화 <나의 노래는>이 완성도 있는 영화로 태어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같은 스텝 및 배우들이 남다른 열정과 애정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블록버스터, 대규모 영화만이 흥행에 성공했던 시대는 지났다. 영화 <원스>, <우리학교>, <후회하지 않아>의 흥행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이제 관객들은 영화의 규모에 상관없이 각각의 영화가 가지는 미덕에 집중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지나왔던 미래에 대한 설렘과 방황이 교차했던 시간, 풋풋한 스무 살의 성장을 사랑을 투명하게 그린 안슬기 감독의 <나의 노래는>이 숨기고 있는 뜨거운 열정과 깊이를 관객들은 충분히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 Special Note ]

안슬기 감독의 <나의 노래는> 제작 코멘터리

1-1 2006년 봄

당곡 고등학교가 학교대항 단체전 형식으로 개편된 EBS 장학퀴즈에서 3연승을 했다. 내가 출전 담당교사로 응원단은 이른바 힙합보이들을 그들을 작은 승합차로 방송국으로 인솔해야 했다. 교사가 있거나 없거나 욕과 비속어를 모든 단어 앞에 붙여 말하는 녀석들과, 방송국의 운전기사님과 함께 두 시간을 차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몇 놈이 따라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가 아니다. 랩이다. 시끄럽다. 기사님이 백미러로 아이들을 본다. 그러더니 나를 돌아본다. 나는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늦었다. 기사님과 아주 잠깐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한 동안 노래방을 방불케 하던 차 안이 점점 잠잠해진다. 돌아보니 그새 다들 퍼져 잔다. 그나마 깨어있던 한 녀석이 작은 소리로 프리스타일 랩을 한다. 계속 반복되는 유치한 문장들. 한마디로 별로다. 그래도 진지하다. 몇 번 복도에서 마주치던 3학년 녀석이다. 그때도 저러고 다녔다. 주절주절. 제는 수능 볼까? 졸업하고서도 랩을 할까? 뭐하면서 살까? 한심한 게 아니라, 진짜 궁금하다.


1-2 2006년 여름
당곡고 영화제작동아리 기자재를 빌리러 전 학교인 동호공고에 갔다. 내가 전근하는 바람에 동호공고 영화제작반을 졸지에 떠맡은 선생님에게 밥을 사러 보쌈집에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긴 생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갑바 좋은 남자(!)가 다가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졸업생이다. 우리 반이었다. 반가운가 보다. 나도 반갑다. 뭐하냐고 하니까 여기서 배달한단다. 뭐 할거냐니까 군대 말뚝 박겠단다. 그래? 그래... 영철이는? 영철이는 피씨방에서 알바해요. 그래? 수덕이는? 수덕이는 용산에 취직했었는데 요즘 안 나가나 봐요. 그래... 그날 술은 달고, 보쌈은 맛있었다. 근데 그녀석이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어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장래 희망이 뭐였지? 그냥 술만 달고, 보쌈만 맛있었다.


1-3 2006년 늦가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시나리오 스터디 모임은 지지부진하고, 영화 찍은 지 2년이 지나니 온몸이 근질거린다. 준비 중인 영화 <지구에서 사는 법>이 5억 이상으로 제작비가 잡히면, 그러니까 조금이나마 이른바 각본 및 연출료를 받으면, 그 예산에 감독이 학교 다니면서 저녁에만 회의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학교를 그만두어야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교직을 마무리 하는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종례하듯이, 졸업식날 썰 풀듯이 시나리오를 쓴 것이 있었다. <나의 노래는>이다.
시나리오 모임에서 리뷰를 받았다. 다들 하지 말란다. 재미없단다. 네 영화는 왜 맨날 주인공들이 그 모냥이냐. 영화가 모름지기 “누군가 무엇을 하려고 졸라리 노력을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이어야 마땅한데, 희철이는 왜 이렇게 수동적이냐. 주인공으로서 자격이 안 되어 있다. 맞는 말이다. 도대체 내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은 왜 하나같이 ‘반응’만 하는지...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야. 참다 참다, 아주 조금씩 마음이 변하다, 마지막에 딱 한번 움직이는 희철! 나 이거 갑니다!”
모름지기 저지르는 쾌감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난 상습범이다. 이제 웬만한 것 가지고는 자극도 안 된다. 극초저예산 흑백청춘 성장멜로! 간다. 내 돈으로. 아니.. 은행... 흐흐.


2-1 노조명, 노미술, 노분장
DV로 찍기로 마음먹었다. 흑백. 노조명, 노미술, 노분장. 투카메라. 인물에 집중하고 순식간에 찍는다. 승부는 캐릭터에 건다. 희철이가 보이도록 간다. 그런데 촬영감독이 HD로 찍잔다. 별로 제작예산 차이도 안 난단다. 그러자고 했다. 기본조명은 해야 된단다. 그러자고 했다. 프로듀서님이 분장을 붙일 수 있단다. 그러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속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 뭐 생각해보면 잘 속아준 것 같다.


2-2 흑백, 칼라
GV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나왔던 질문. 근데 참 답하기가 민망하다. 별 이유 없다. 녀석들이 찍는 화면과 실제 화면이 구분이 갔으면 좋겠는데 마땅히 대안이 없었다. 칼라의 세상에선 희철은 뭔가 하고 있었고, 설레어 한다. 흑백의 현실과는 다르다. 극중 녀석들 DV카메라로 찍은 것을 컴퓨터 모니터에 올려놓고, HD카메라로 다시 찍었다.
화질을 일부러 떨어뜨렸다. 주사선 같은 것들이 보이고, 거칠게.


2-3 희철
촬영감독이 편집본을 보더니 “다행이네요. 희철이 이야기로 보여요” 그런다. 그게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그렇다니 정말 다행이다. (뭔 소린지.) 관객들은 희철의 작은 변화들을 따라가기가 쉽진 않을지 모른다. 희철의 변화가 연주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작업에 대한 설레임 때문인지 잘 보여주지 않는다. 변화도 크지 않아 기울기가 작다.(수학선생 티낸다.) 그러나 그런 각각의 상황보다는 그 속의 희철의 생활에, 표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 사실 처음엔 미래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랩하는 고3 녀석에 대한 세미다큐로 가려고 했다. 그냥 녀석을 보여주고 싶었다. 찬찬히 봐보다 보면 녀석도 뭔가 하려고 하고 나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염려했던 나도 기쁘고, 관객도 한시름 놓지 않을까? 하는...


3-1 벌써 마무리
이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뭐 다른 영화제작과정과 비슷했으니까. 거의 합숙을 했다. 아침부터 달리고, 밤에 모텔 들어가 자고, 아침에 또 일어나 찍었다. 좁은 방에 8명이 새우잠을 잤다. 문이 안 열릴 정도였다. 모텔방은 발냄새로 가득했다. 그래도 스탭들과 배우들은 마치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매일 그날 일정이 끝나 헤어질 땐 잘 가라고, 내일보자고 30분씩 인사를 한다. 다들 정이 들었다. 또 한 번의 즐거운 작업을 했고, 만족한다. 희철도 어디선가에서 잘 살 것 같고, 연주도 학교에서 열심히 진지하게 영화를 찍고 있을 것 같다. 민하는 캐나다에서 재밌게 학교다니고 있을 테지. 세홍이는 여자애를 새 오토바이에 태우곤 껌을 씹으며 신나게 달리고 있을 테고, 분식집 아저씨는 진작 알바 짜를 걸 그랬다며 침을 발라가며 돈을 세고 있을 거야. 그러기에 다들 진작 찢어질 것이지... 다들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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