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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2011) Doomsday Book 평점 6.4/10
인류멸망보고서 포스터
인류멸망보고서 (2011) Doomsday Book 평점 6.4/10
장르|나라
SF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2.04.11 개봉
113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김지운, 임필성
주연
(주연) 류승범, 고준희, 박해일, 김강우, 송영창, 김규리, 송새벽, 진지희
누적관객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2012년, 준비하라! 멸망이 가까웠다!

인류멸망보고서 1. 욕망의 끝은 섬뜩한 종말일지니…<멋진 신세계>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홀로 남은 연구원 윤석우(류승범)는 소개팅 약속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지 않고 한번에 처리한 후 집을 나선다. 퀸카(고준희), 맛있는 고기 요리, 즐거운 클럽. 온갖 유희 끝 그녀와의 달콤한 키스 현장을 덮친 고교생들을 괴력으로 응징한 석우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 거리를 뒤덮은 좀비의 물결, 광우병도 조류독감도 아닌 괴 바이러스의 정체를 캐는 매스컴의 호들갑도 무색하게 서울의 거리는 멸망으로 치닫는데…

인류멸망보고서 2. 피조물인 인간, 신의 영역을 넘보다! <천상의 피조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미래.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해체를 결정하지만 그를 인명스님으로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은 반대한다. 해체 직전, 일촉즉발의 순간, UR의 엔지니어 박도원(김강우)이 상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명의 앞을 막아 서는데…

인류멸망보고서 3. 그날 이후, 살아있음을 기뻐하라! 인류, 제2의 탄생 <해피 버스데이>
당구광 아빠의 8번 당구공을 부셔버린 초등학생 박민서(진지희)는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 당구공을 주문한다. 하지만 2년 후 당구공 모양의 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임박한 멸망에 민서 가족은 오타쿠 삼촌(송새벽)이 설계한 지하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리고 10년 후, 엄청나게 밝은 광채에 홀려 민서(배두나)는 용감하게 지상으로 향하는데…

[ Director’s Statement ]

<천상의 피조물>

모든 드라마는 위기가 발생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위기는 인간의 어떤 두려움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는 장르 고유의 형태와 컨벤션에 맞게 두려움을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담는 것이 호러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담는 것이 액션 장르이고, 실연의 두려움을 담고 있는 것이 멜러 영화라면 SF는 오지 않은 미래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장르다. 다시 말해 장르자체를 선택 했을 때 동시에 나는 주제를 선택하는 방식을 택한다. <인류멸망보고서> 중 <천상의 피조물>은 SF장르를 표방한다. 제목은 <인류멸망보고서> 지만 멸망보다는 보고서 쪽에, 다시 말해 인류 멸망의 여러 가지 징후에 방점이 찍혀 있는 이 영화는 할리우드SF처럼 스펙터클한 우주 전쟁 류가 아니라 스타일리쉬하고 인텔리전트한 한국적인 SF를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테크놀로지의 목적은 인간의 편의를 확장하고 고도화하는 점에 있다. 그리하여 테크놀로지의 첨단인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불명확한 명령이나 암시, 생략된 화법에 의해서도 명령을 시행할 수 있는 진화한 로봇이 만들어지고, 그 로봇은 인간의 불명확한 명령의 행간을 추론하게 되고 그 추론의 결과로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이른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피조물은 창조주인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상황이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심원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이분법적 합리론이 특징인 서양 문명의 총화인 테크놀로지와, 생성과 소멸이 연기론으로 이어지는 동양 문명의 집약체인 불교가 충돌하고, 창조주인 제조업체가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로봇을 승려들이 보호한다. 이렇게 부조리하고 아이러니한 블랙코미디적인 소동극인 <천상의 피조물>이 제기하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입니까?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라는 로봇, 인명의 물음은,"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되는 것인지" 우리가 붙들고 놓지 않아야 될 화두라고 생각한다.
감독 김지운


<멋진 신세계>, <해피 버스데이>에 부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영화감독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제안하고 그 이야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붙여 일종의 예언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인류멸망보고서>는 흥미로운 SF 프로젝트였다.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시작은 핵전쟁, 쓰나미 같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완치약이 존재하지 않는 감기라든지 누군가의 아주 사소한 실수 때문에 비롯된 어떤 재앙이 되지 않을까라는... 과대망상 혹은 섣부른 예언.
그렇게...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빚어진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멋진 신세계>와 어린 아이의 자그마한 염원이 괴혜성 출현으로 이어지는 <해피 버스데이>의 상상이 시작되었다.

중세 유럽을 덮쳐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을 몰살시킨 페스트처럼... 잘못된 사료를 먹은 소가 감염시키는 광우병과 좀비 바이러스는 <멋진 신세계>의 섣부른 예언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경우다.
모든 것이 편리해지는 것처럼 보이고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어 멋져 보이는 21세기의 신세계.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통제할 수 없는 원시적인 공포가 만연해 있으며 <멋진 신세계>는 그 현실을 반어적으로 풍자해 현재의 관객들에게 작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해피 버스데이>는 역으로, 멸망 이후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지구는 남을 것이고, 그 때 누군가 살아남아 리부트 된 지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구의 가장 큰 적은 ‘인간’ 그 자체 일 것이며 그것을 되 돌릴 수 있는 희망도 결국 ‘인간’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우화적인 역지사지...
멸망의 시계를 앞당기는 사람들의 온갖 어리석은 욕망들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감독 임필성




[ About Movie ]

자초했기에 섬뜩하고, 어이없이 시작되었기에 웃기고, 피할 수 없기에 무섭다!
김지운 감독과 임필성 감독이 바라 본 멸망의 3가지 징후 <인류멸망보고서>

신약 성서의 요한계시록 이래 ‘멸망’의 화두는 인류와 늘 함께 해 왔다. 종말론에 입각해 구원을 약속하는 신흥 종교가 득세하고,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2012년 지구 멸망설 등 끊임없는 묵시록적 경고가 이어져 온 것은 거꾸로 ‘인류 멸망’이라는 화두가 가진 위력을 보여준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자 멸망 직전에 극대화 되는 공포와 스펙터클 등 있을 법한 미래를 그리는 SF 장르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로 수 많은 영화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인류멸망보고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멸망’의 화두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으로 인류에게 멸망이 다가오는 3가지 징후를 로봇 SF, 코믹 호러 SF, SF 코미디의 다양한 장르 변주를 통해 선 보이는 작품.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어떤 귀신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호러일 수 밖에 없고, 인간성의 근원을 질문하며 거꾸로 멸망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스스로 불러 들인 멸망으로 이르는 길을 웃지 못 할 코미디 속에 소묘한다. 멸망과 관련된 시제 또한 ‘근 미래’-‘멸망의 현재 진행형’-‘멸망, 그 이후’로 시간 차를 두고 입체적으로 다룬다. 또한 멸망의 징후를 짚는 당사자인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늘 새로운 장르 영화를 선보여 왔던 김지운 감독과 데뷔 이래 ‘파멸’의 소재를 꾸준히 탐색해 왔던 임필성 감독이라는 점에서 한국 최초의 인류멸망 SF <인류멸망보고서>는 더 흥미로워진다.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라. 그렇지 않으면 먹어도 배 부르지 아니하고
그 날에 이르러, 죽고 싶어도 죽음조차 너희를 피할 것이다”
욕망 만을 쫓다,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인류에 대한 섬뜩하고 웃기는 경고
인류멸망보고서#1-임필성 감독의 코믹 호러 SF <멋진 신세계>

전 인류에게 불가항력으로 닥치는 멸망은 본질적으로 가장 큰 공포다. <인류멸망보고서> 중 첫 번째 작품인 <멋진 신세계>는 현실에 토대한 가장 섬뜩한 경고를 보여준다. 가축의 사료로 가공될 음식물 쓰레기 통에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먹지 못 할 쓰레기를 섞어 버리고 그것이 돌고 돌아 소고기를 포식한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 일용할 음식에 감사하지 아니 했던 인간들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오직 공격 본능 밖에 남지 않은 좀비로 화한 인간들은 서로를 물어 뜯으며 서울의 거리를 공포로 물들인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끔찍한 근 미래의 어느 날의 풍경은 욕망을 쫓아 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가한 재앙인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부메랑의 화살처럼 인간을 겨누는 현재와 가장 닮아 있어서 더욱 섬뜩한 멸망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영화 속, 멸망을 앞두고도 대책 마련보다는 서로를 공격하기 바쁜 정치권의 행태 또한 우리가 맞닥뜨린 멸망의 징후다. 좀비 호러의 외피 속에 어떤 욕망이든 인간의 필요에 따라 그 즉시 충족할 수 있어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멸망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을 뿐인 현재에 대한 리얼해서 더욱 섬뜩한 소묘 <멋진 신세계>는 역설적인 제목을 통해 멸망을 경고한다.


“나는 무엇입니까?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피조물인 로봇이 던지는 가장 인간적인 질문, 로봇을 통해 성찰하는 멸망의 징후
인류멸망보고서#2- 김지운 감독의 로봇 SF <천상의 피조물>

존재에 대한 고민을 가진 유일한 생물체, 그것이 인류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겨우 300만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생물 종임에도 지구의 맹주임을 자처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인류가 가진 이성의 힘이었다. 하지만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스스로 ‘창조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인간은 잊어 버리고 있는 존재의 근원과 의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로봇을 통해, 인류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거꾸로 질문한다. 로봇일지언정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 로봇을 한낱 기계로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인간이 로봇의 기능을 정지시킬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로봇의 절멸을 둘러싼 승려들과 제조업체 사이의 공방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망각할 때 멸망은 이미 한 발 가까워 진 것이라는 감독의 메시지는 로봇의 운명을 둘러싸고 관객이 가슴 졸이는 신기한 경험을 약속한다.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너희가 다시는 빛을 보지 못 하고 땅속에 거할 것이다”
멸망도 부활도 모두 인류로부터! 다시 태어날 인류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인류멸망보고서#3-임필성 감독의 SF코미디 <해피 버스데이>

빙하기 후에 지구가 부활했듯이 <인류멸망보고서>는 ‘그 날 이후’의 인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 또한 잊지 않는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당구공 파손 사태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괴 혜성으로 직결되고 이는 곧 멸망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희망을 준비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이다. 산 꼭대기의 방주로 피신해 종을 보존했던 노아와 반대로, 지하의 방공호로 대피해 살아남은 소녀 민서의 가족은 10년 뒤 폐허 속 지구로 성큼 올라서면서 ‘그 날 이후’ 재건의 주역이 된다. 섬뜩하기만 한 인류 멸망이란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 낸 <해피 버스데이>는 “내일 멸망이 닥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에 대해 장사 속으로 멸망까지 상품화하는 홈쇼핑과 막말을 서슴지 않고 속내를 털어 놓는 뉴스 앵커 등의 모습을 통해 유머러스한 답을 내어 놓는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던 삼촌이 정작 가족을 구하고 당구공을 주문해 혜성을 불러들인 소녀가 그 당구공으로 인해 다시 지상으로 향하는 <해피 버스데이>는 멸망을 불러 들이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류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이자 믿음을 전하는 독특한 코미디다.


류승범-김강우-송새벽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로봇의 목소리를 연기한 박해일
김규리-고준희-진지희 그리고 배두나까지!
멸망의 보고서를 함께 쓴, 젊고 빛나는 배우들의 박람회! <인류멸망보고서>

<인류멸망보고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개성과 연기력으로 한국 영화의 현 주소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젊은 재능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천상의 피조물>에서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 열반에 드는 로봇 인명의 목소리는 박해일이, 상부의 명에 맞서 그의 해체를 막는 로봇 엔지니어를 김강우가, 인명을 로봇이 아닌 스승으로 모시는 용감한 여자 승려 역은 김규리가 열연한다. 도를 구하는 박해일의 나직하고 조용한 성찰과 김강우와 김규리의 하이 톤의 분노는 또렷한 대조와 코러스를 오가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한편 솔직한 청춘의 대표적 아이콘인 류승범이 <멋진 신세계>에서 욕망에 충실한 연구원을 연기,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첫 번째 희생자인 류승범의 파트너를 순진한 퀸카, 고준희가 열연한다. <해피 버스데이>는 코믹 캐릭터의 지존으로 떠오른 송새벽이 특유의 어눌함으로 웃음을 발생시키고, 진지희와 배두나가 멸망과 부활을 동시에 책임지는 아이러니한 소녀 민서의 아역과 성인 시절을 연기했다. 놀라운 호흡과 재능과 개성이 만나 서로 주고 받고 북돋아주며 극의 재미를 끌어 올리는 <인류멸망보고서>는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책임질 배우들의 재능, 그 현주소를 확인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보고서’다.




[ Production Note ]

힌국 영화 최초의 로봇 SF! <천상의 피조물>
깨달음을 얻은 로봇, 인명. 박해일을 만나기까지! 인명은 이렇게 태어났다!

<천상의 피조물>의 스토리는 깨달음을 얻은 로봇에서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로 움직이고 대사를 하는 로봇, 사이보그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국 영화 초유의 과제에 제작진은 가장 먼저 한국 로봇 공학의 1인자를 찾아갔다. 하지만 제작비만 5억, 전체 제작비 규모 상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해답은 한국 영화의 가장 큰 힘, 스탭에서 나왔다. 실사와 똑 같은 더미 제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특수효과팀 셀(Cell)이 난생 처음 로봇 제작에 도전한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표현에 의하자면 어느 날 머리가 오더니 그 다음에 팔 다리가 오고 유압식 바디가 오는 식으로, 로봇 인명은 로봇 공학과는 전혀 무관했던 스탭에 의해 1/6의 예산으로 탄생했다.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때로는 근엄하고 무섭게, 어떨 때는 한 없이 자비로워 보이는 부처의 표정을 원했던 김지운 감독의 의도 대로, 모델명 RU-4, 로봇 인명은 각도와 조명에 따라, 상대 배우의 액션에 따라 만가지 표정을 소화한다. 김지운 감독의 6년에 걸친 두 번의 러브 콜에 응해 인명에게 목소리를 입힌 박해일이 남긴 “인명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칭찬은 <천상의 피조물>의 든든한 주역인 로봇, 인명의 진가를 입증한다.


21세기 후반, 미래의 사찰 ‘천상사’ (天上寺)의 법당부터
인류 멸망 후, 리부트 된 지구를 책임질 일가족을 구원할 지하의 방주까지
현실에 기초한 있을 법한 미래, 상상력이 돋보이는 <인류멸망보고서>의 공간들

<천상의 피조물>의 주무대가 되는 천상사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미래의 절이라는 점을 감안해, 환기가 잘 되는 정사각형의 탁 트인 세트를 설계했다. 한국 사찰의 오밀조밀함 대신 대범한 구조의 법당에, 인명이 절하는 불상 또한 대불로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다. 뒷벽 탱화도 불교의 설화를 담는 기존 불화에 추상화적인 느낌을 더하고, 승려들이 입는 승복 또한 아열대로 접어들 한반도의 기후를 반영해, 라마불교와 남방불교의 승복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편, 혜성 충돌 이후 일가족이 대피해 10년 동안 살아가는 <해피 버스데이>의 지하 방공호는 서바이벌과 희망의 공간다운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카이스트 출신의 엔지니어인 삼촌이 직접 설계한 방공호에는 가족이 먹고 난 식품의 캔을 활용한 난로, 페달을 밟아 전기 동력을 얻는 친환경 발전기,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홈파머 5종 세트 등 서바이벌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10년이 흐른 뒤 가족의 헤어스타일과 의복도, 실용성과 내구성을 가장 염두에 둔 패션이다. 송새벽의 레게 헤어, 배두나의 긴 생머리, 대피 당시 가져 온 헌 옷을 리폼해서 만들었을 것 같은 일가족의 독특한 튜닉 패션 또한 ‘멸망 이후’ 이 가족이 살아남는 법에 어울리는 아이디어의 결과다.


광우병, 조류 독감 등 인류가 자초한 대재앙을 예언했던 <멋진 신세계>
류승범과 고준희를 한국 영화 최초로 좀비로 변신시킨, 한국형 좀비 탄생기!

<멋진 신세계>는 6년 전 촬영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사료를 먹은 소에 의해 발병되는 광우병 바이러스의 발생 전임에도 <멋진 신세계>가 그려낸 멸망의 징후는 정확하게 사태를 예언했다. 다른 쓰레기가 섞인 음식물 쓰레기에서 가공된 사료를 먹은 쇠고기로부터, 인류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한편, 촬영 당시로서는 한국 최초의 시도였던 좀비 분장은 제작진이 가장 공을 들인 대목.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서양인에게 맞춘 좀비 분장이 아니라, 한국인의 골격과 피부 톤에 맞는 좀비 분장의 노하우를 찾기 위해 류승범을 모델로 특수분장팀은 수 차례의 실습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좀비의 특징은 가지고 있으면서 한 눈에 봐도 류승범, 고준희, 마동석 등 배우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한국형 좀비스타일을 찾아낸 것이다. 분장에만 꼬박 6시간이 걸리는 좀비 룩은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독특한 워킹과 무브먼트에 힘 입어 생생하고 실감나는 완성도를 얻었다.


봉준호 감독, 윤제문, 마동석, 김무열, 조윤희, 류승수, 이영은,
고준희의 1인 2역까지! 드림 캐스팅이란 이런 것이다!
별들의 향연이 돋보이는 특별출연 군단!

화려한 주연급 배우들의 뒤편, <인류멸망보고서>에는 요소요소에 눈에 띄는 배우들이 극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멋진 신세계>에서 괴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과 대처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명사 집단에는 ‘옳은 시선연대’ 간사 이준호 역의 봉준호 감독, 주병진을 연상시키는 기업가 주제문 역으로 윤제문이 등장하고 홍대 클럽 앞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친구를 배웅하며 탄식하는 청년 역의 김무열이 눈길을 끈다. 또한 마동석은 나이가 무색하게도 교복 차림의 고교생 좀비로 깜짝 등장,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불러 일으킨다. <괴물>에서 뚱 게바라 역을 열연한 임필성 감독에게, 출연료 대신 극중 의상인 개량한복을 증정 받는 조건으로 보복 캐스팅 당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매직 펌을 강행, 처음으로 스트레이트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 윤제문의 대금 실력 또한 처음 보는 볼거리다. <천상의 피조물>에서 법으로 금지된 담배를 펴 대는 미래의 불량소녀 역을 맡은 조윤희 또한 형광 핑크의 헤어와 킬 힐, 사이버한 의상으로 미래 패션의 최첨단을 선 보인다. 또한 마지막 <해피 버스데이>에서는 멸망을 생중계 하는 앵커와 앵커 우먼 역으로 류승수와 이영은이 출연해, 멸망 직전의 심각한 상황에서, 할 말은 하겠다며 황당한 고백으로 극의 코믹 코드에 큰 몫을 해 냈다. 유일하게 세 편 중 두 편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고준희는 기상천외한 일기 예보를 전하는 푼수 기상 캐스터로 출연 <멋진 신세계>의 퀸카 좀비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의 코믹 변신을 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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