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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2006) To Return, Volver 평점 8.9/10
귀향 포스터
귀향 (2006) To Return, Volver 평점 8.9/10
장르|나라
드라마/판타지
스페인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06.09.21 개봉
120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주연)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롤라 두에냐스, 블랑카 포르틸로, 요아나 코보
누적관객

“지금까지 사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는데…
난 지금껏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았던 걸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상 속에서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억척스러운 생활력으로 삶을 이어가려 하지만 쉽지 않다.
‘라이문다’는 속상한 마음을 하나뿐인 동생 ‘쏠레’(롤라 두에냐스)에게
털어놓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그 집에서 몇 년 전 돌아가셨던
엄마 ‘이렌느’(카르멘 마우라)의 체취를 맡고 수상한 기운을 느끼는데…

【 Confession from Almodovar 1 】

<나쁜 교육>을 찍으며 내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건 바로 절대 ‘포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품이 엉망이라 해도 모든 장면과 테이크, 시선, 고요함, 눈물.. 그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열정을 잃어선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시선으로 그때를 바라볼 수 있고 최악이라고 여겨졌던 그 순간이 그렇게 나쁜 것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귀향’이라는 제목은 나에게 있어 여러 의미의 돌아옴을 말한다. 우선 좀 더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성들의 세계로, 라 만차로 돌아 왔다. 나는 나 자신의 근본이자 삶의 원류인 모성으로 돌아왔고, 나의 어머니에게로 돌아왔다. 나에게 라 만차로 돌아오는 것은 항상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과 같다. ...확실히 나는 <귀향>을 통해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인내심’을 되찾았고, 평온을 얻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 Introduction 】

가슴을 울리는 위대한 모성!!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


욕망에 희생된 어긋난 사랑, 지독하고도 강렬한 옴므파탈 느와르였던 <나쁜 교육>에 이어 코믹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고 감동적인 여성의 이야기로, 어머니의 이야기로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돌아왔다. 거칠고 질퍽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죽은 엄마의 유령이 찾아온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매력적으로 살아나는 아름다운 영화 <귀향>은 알모도바르 감독과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와의 재회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억척스런 엄마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의 생생한 연기는 이제 명실공히 그녀를 스페인 최고의 여배우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칸 영화제에서 평단의 극찬과 가장 높은 데일리 점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던 <귀향>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프랑스에서 200만 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 그들끼리의 따뜻한 우정과 연대감, 무엇보다 자식으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자식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심지어 유령이 되어서까지 딸에게 나타나는 어머니의 감동적인 사랑이 알모도바르의 기상천외한 유머와 판타지 속에 녹아 들어 이 가을,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준비를 하고 있다.

열정과 관능, 유머와 감동이 넘치는 알모도바르식 팜므 판타지

<귀향>의 대본을 읽으면서 소설 <페드로 파라모 (Pedro Páramo)>가 떠올랐습니다. 룰포(Rulfo)의 소설과 페드로의 대본은 죽은 자와 산 자, 현실과 비현실, 환상과 일상, 경험과 경험하지 못한 것, 잠듦과 깨어있음의 공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다는 점 외에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요. 룰포의 소설과 <귀향>의 대본을 읽을 때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물론 깨어있지만 그 두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꿈에 사로 잡힙니다. 룰포의 소설은 굉장히 ‘멕시코’적이고 페드로의 각본은 매우 ‘만차’스럽다는 것도 독특한 공통점이랄 수 있겠죠.
-후안 호세 미야스 (Juan José Millás)

<귀향>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장기를 살린 드라마틱한 코미디다. 이야기는 거칠고 절망적일정도로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관습적이지 않다. 가장 지독한 현실의 이면에 초현실적인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알모도바르 감독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판타지는 절망의 끝에서 딸을 찾아온 어머니의 유령이라는 소재로 더욱 치밀하고 완벽하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장르의 교합을 즐기는 감독으로 이 영화 역시 교묘한 마술과 생생한 현실의 지속적인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알모도바르 감독이 쳐놓은 그 교묘함을 절대 간파할 수 없을 것. 그는 줄타기 곡예사와 같이 생사를 넘나들고 내러티브적인 요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자연스럽게 융합함으로써 환상적이고 뛰어난 각본이라는 찬사와 함께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유령이 찾아온다는 판타지적인 요소는 코믹함을 부각시키는 데도 일조한다. 쏠레가 라이문다 몰래 엄마의 유령을 숨기고, 미용실 고객들과 유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는 장면은 스릴까지 선사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남편의 죽음, 그것도 딸에 의한 살인이라는 지독히 절망적이고 끔찍한 사건 다음에 보여지는 시체를 처리하려 고군 분투 하는 라이문다의 모습 또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유령이 왜 라이문다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며, 딸의 미래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엄마의 무섭고도 강인한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웃음은 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판타지는 단지 판타지만이 아니다. 코미디와 여성, 열정과 감동이라는 알모도바르의 모든 장기가 어우러진 <귀향>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장르를 혼합 한다는 것은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건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다. 장르 사이를 오가거나, 바로 이야기의 톤을 바꿀 때 해야 할 일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그럴싸하게 연출해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묘한 작업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선 특히 여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어머니에게서 딸로, 다시 딸에게로 전해지는 여자들만의 비밀 이야기

“<귀향>은 가족에 관한 영화이고 나의 가족과 함께 한 영화이다. 나의 가족은 쏠레와 라이문다처럼 성공을 위해 촌에서 도시로 왔다. 내 여동생은 다행히도 어린 시절의 경험과 어머니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 집에서 나와 도시인이 되었다. 라 만차의 관습과 문화로 돌아 갔을 때 그러한 경험이 나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귀향>의 가족은 여성들로 이루어졌다. 돌아온 할머니는 바로 카르멘 마우라였고 그녀의 두 딸은 바로 롤라 두에냐스와 페넬로페 크루즈였다. 요아나 코보는 손녀였고 츄스 람프레아베는 아직 마을에 남아있던 파울라 숙모였다. 그리고 이웃인 아구스티나가 있다. 그녀는 라이문다 가족의 수많은 비밀을 알고 있고, 고향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라 만차에 남아 라이문다 대신 파울라 숙모를 돌보았다. 일어나자마자 파울라 숙모가 대답할 때까지 집 창가를 두드리며 매일 빵을 가지고 왔으며, 숙모가 죽은 걸 발견하고 마드리드에 있는 쏠레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는 또한 유령에게 문을 열어 줘 조카가 도착하기 전에 쉴 수 있게 해주었다. 아구스티나는 라이문다 가족의 일원이나 다름 없다.

드러나지도 돋보이지도 않는 캐릭터일수도 있지만, 사실 아구스티나는 여성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하고 있다. 그건 바로 이웃 여성들간의 연대이다. 마을의 여자들은 문젯거리를 함께 공유하고 고통을 좀 더 잘 견디기 위해 함께 해결해 나간다. 물론 그 반대의 일도 일어난다. 이웃에 대한 증오는 결정적 사건이 터질 때까지 몇 세대를 내려오며 풀리지 않는다. 감독은 어린 시절 경험한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사건들만을 기억했다고 한다. <귀향>은 홀로 살거나 홀로 된 여인들과 함께 하며 도움을 주는 이웃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 감독의 어머니도 그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웃들은 아구스티나의 캐릭터에 영감이 되었다. <귀향>에서 보여지는 여성들끼리의 강인한 연대감, 그것은 모성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족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알모도바르의 영화에서 여성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그 무엇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힘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떤 힘겨운 상황에서도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가장 빛나는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알모도바르는 내게 최고의 감독이다. 그는 나의 왕이다.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의 영화들은 나를 유혹했다. 나는 알모도바르의 영화 때문에 배우가 되었고, 그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꿈 같은 날을 기다렸고, 그날이 오게 됐다.”
-페넬로페 크루즈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에 의하면 페넬로페는 지금 아름다움의 정점에 있다! 촬영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감독에겐 큰 기쁨 중 하나였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매우 스타일리쉬 해졌으나 데뷔작인 <하몽하몽>에서부터 그녀는 서민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으며, 8년 전 <라이브 플래쉬>에서는 버스 안에서 애를 낳는 창녀 역할을 하면서 영화의 처음 8분 동안 스크린을 완전히 압도하기도 했다.

<귀향>에서 라이문다 역할은 <내가 뭘 잘못했길래>에서 카르멘 마우라의 역할과 연장 선상에 있다. 페넬로페는 이런 압도적인 에너지를 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이문다는 또한 아주 연약한 여성 이기도 하다. 라이문다는 매우 사나울 수도 있고 힘없는 아이처럼 무너지기도 한다. 이러한 속수무책의 연약함에 바로 공감하는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다. 감정이 배제된 서슬 푸른 눈동자가 바로 눈물로 가득 채워 지는, 가득 채우나 넘치지는 않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황홀하다. 영화 속에서 페넬로페의 모습은 초기 소피아 로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만큼 육감적이고 강렬하고, 무엇보다 아름답다. 생명력 넘치는 육감적인 라이문다의 몸을 표현하는데 페넬로페 크루즈는 완벽했지만, 단 하나 가짜인 것이 엉덩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알모도바르 감독과의 7년만의 재회에서 그녀가 보여준 건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억척스런 엄마, 거칠고 열정적인 여성 라이문다로서의 생생한 연기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그녀를 스페인 최고의 여배우로 만들어냈다.

칸영화제 공동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알모도바르의 여신들
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보석처럼 빛나는 여배우들의 이야기!!

변함없는 불꽃을 간직한 영원한 알모도바르의 뮤즈, 카르멘 마우라

난 카르멘과 다시 만날 것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기대하게 될 줄 몰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카르멘이 함께 한다는 것에 기뻐했는지! 차벨라(Chavela)는 이렇게 노래 했다. ‘당신은 언제나 삶을 사랑했던 그 오래된 곳으로 돌아가죠’. 이건 누구에게나 같은 것이다.
영화에서 거의 독백으로 구성된 아주 긴 시퀀스가 있다. 카르멘이 혼자 말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카르멘은 꽉 찬 6페이지에 달하는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꽉 찬 6컷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딸 라이문다에 대해, 자신의 죽음과 귀향에 대해 얘기한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난 대사를 고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촬영 날, 모든 스탭들은 이 장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으며 기대 또한 컸다. 날을 꼬박 새워 촬영을 했고 모든 사람들이 이 장면을 위해 절대적으로 집중을 했다. 촬영을 하면서 다시 한번 난 카르멘과 일체감을 느꼈다. 그건 마치 내 손에 완벽하게 튜닝 된 악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신경쇠약직전의 여자>에서 <귀향>까지 카르멘은 배우로서 변한 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점을 발견 한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배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20년간 그 불꽃을 간직해왔다. 이 점은 다른 배우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른 캐스팅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쏠레 역의 롤라 두에냐스는 가장 복잡한 연기를 해내었다. 그녀는 가족의 네 여자 중 가장 별났다. 롤라는 만차의 억양을 스스로 완전히 깨우쳤다. 그녀는 미용사들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간 몰랐던 코믹한 재능을 깨우쳤다. 그녀는 매우 열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며 받은 또 다른 축복은 모든 여배우들이 가까이 지냈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정말 가족과 같았다.

어린 배우인 요아나 코보의 연기에도 매우 감동 받았다. 그녀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항상 귀를 기울였고, 침묵 속에서도 존재하였다. 이것이 연기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는 매우 풍부한 표정의 존재감이 있다. 요아나의 연기는 매우 진중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다.

아구스티나 역을 잘 소화해 준 블랑카 포르티요에게 감사한다. 난 그녀에 대해 잘 몰랐었기 때문에 정말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그녀는 매우 정확하고 잘 다듬어진 배우이고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은 정말 감동적이다. 아구스티나가 텅 빈 거리에 홀로 남아 쏠레의 차가 사라지는 걸 보는 모습은 모든 과장을 걷어 낸 외딴 곳의 고독을 잘 보여준다. 블랑카는 내 고향의 좋은 이웃들의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 Confession from Almodovar 2 】

‘귀향’이라는 제목은 나에게 있어 여러 의미의 돌아옴을 말한다. 우선 좀 더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성들의 세계로, 라 만차로 돌아 왔다. <귀향>은 그간의 작품 중 가장 만차적이다. 언어, 전통, 테라스, 건물, 도로의 자갈들 까지도.. 나는 17년 만에 다시 카르멘 마우라와 일하게 되었고 페넬로페 크루즈, 롤라 두에냐스, 츄스 람프레아베와 함께 하게 되었다. 나는 삶의 원류이자 이야기의 시작인 모성으로 돌아왔고, 나의 어머니에게로 돌아왔다. 나에게 라 만차로 돌아오는 것은 항상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과 같다.

각본을 쓰고 촬영을 하는 동안 늘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퍼즐 조각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덧없는 느낌이 아니길 바랬다. 어지럽혀져 있는 혼란함은 내 인생 전반에 걸쳐 큰 고통과 불안을 주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필요 이상으로 더 심각하게 나를 파괴해 갔다. 그 퍼즐조각이라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그것은 단지 나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의 잔인한 소멸이다. 난 그것을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그런 상황들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귀향은 바로 딸에게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 어머니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마음 속의 평온을 내게 가져다 주었다. 난 살면서 단 한번도 평온한 사람 이였던 적이 없다. 그리고 평온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신경 쓴 적도 없다. 난 쉬지 못하는 사람으로 타고 났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채워 가며 사는 걸 인생의 자극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심각한 불안함으로 인해 나빠지고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재능 보다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인내심을 오래 전에 다 잃었다. 그렇다고 완벽과 만족을 덜 추구하게 된 것도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나는 <귀향>을 통해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인내심’을 되찾았고, 평온을 얻었다.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애도란 아구스티나와 이웃들이 했던 것처럼 고통이 없는 애도였다. 나의 공허함을 채우고 아직 작별하지 않고 있었던 대상들에 작별을 고했다.

<귀향>은 내 고향 사람들의 죽음과 죽은 자를 대하는 의식에 대한 헌사이다. 죽은 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난 언제나 이웃들이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 하고 무덤을 보살피는 걸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난 절대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이해 해본 적이 없다. 물론 그걸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 들인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난생 처음으로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무신론자지만, 카르멘 마우라가 연기한 유령의 캐릭터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카르멘이 천국, 지옥, 벌에 대해서 얘기하게 만들었다. “지옥, 천국, 벌.. 이 모든 것은 우리이며, 우리 안에 있다” 사르트르가 나보다 훨씬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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