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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삭임 (1999) Moonlight Whispers, 月光の囁き 평점 6.7/10
달빛 속삭임 포스터
달빛 속삭임 (1999) Moonlight Whispers, 月光の囁き 평점 6.7/10
장르|나라
로맨스/멜로
일본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06.04.20 개봉
100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주연
(주연) 미즈하시 켄지, 츠구미
누적관객
난.. 너의 개가 되고 싶어
은밀한 사랑의 주문

함께 검도 연습을 하는 것 만으로도 좋았어…

타쿠야는 같은 학교 검도부에 다니는 사츠키를 좋아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다. 장난 삼아 사츠키의 사물함에 열쇠를 넣었다가 문이 열려서 그 안에 담긴 물건들을 몰래 갖고 온 것이다.

타쿠야는 친구의 부탁으로 사츠키에게 대신 러브레터를 전달해 주러 간다. 그러나 사츠키는 타쿠야에 대한 호감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서로 사진을 교환하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도서관에서 수줍은 키스를 나누는 등 행복한 두 사람.


변태라고 할 지 몰라도 난 널 사랑해…

그러던 어느 날, 감기에 걸려 결석한 타쿠야의 집에 사츠키가 문병을 온다. 타쿠야가 방을 비운 사이 그의 책상 서랍을 열어 본 사츠키는, 자신이 입던 속옷과 쓰다 버린 휴지,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발견한다.

충격을 받은 사츠키는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남자친구 우에마츠를 사귄다. 하지만 사츠키에 대한 타쿠야의 애타는 사랑은 더해만 가서, 애인이 될 수 없다면 사츠키의 개라도 되고 싶다고 한다. 사츠키 역시 타쿠야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본성을 깨달으면서 둘의 관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열 일곱 나이에 어울리는 평범한 사랑을 하기에
지금 나의 욕망은 주체할 수 없이 낯설다.

이건 사랑이 아닌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순수한 사랑이라 느꼈던 감정이
비틀린 욕망으로 변해갈 때…

은밀한 사랑의 주문
<달빛 속삭임>이 들려온다.



About Movie

엽기적인 원작 만화를 성숙하게 영화화한
문제적 신인 감독 등장


영화 <달빛 속삭임>은, 일본 내에서 엽기 만화작가로 유명한 ‘기쿠니 마사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십대 커플이 사도마조히즘이라는 금기된 욕망에 길들여져 간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 게다가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사실 때문에 이 만화의 영화화에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준비된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는, 십대들의 감성을 잡아내는 데 있어 남다른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겉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낯선 감정이 과연 아름다운 사랑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욕망인지, 그리고 그 감정을 얼마만큼 허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슬픔과 방황. 아키히코 감독은, 소재가 주는 선정성에 전혀 파묻히지 않고, 지금 막 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가 아픔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가는 성숙의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통찰력과 연출력이 돋보인 <달빛 속삭임>은 그 해 가장 돋보이는 데뷔작으로 손꼽히면서 각종 신인감독상을 휩쓸었으며,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일본 내에서의 열광적 반응과 함께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함부르크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북미 시장에까지 진출하여 열렬한 팬층을 양산한 ‘컬트 영화’로서의 대접까지 받게 된다.


억압된 욕망인 사도마조히즘을 통해 십대의 성장을 논하다

사도마조히즘은 사회적으로 억압된 성적 욕망이지만, 인간 본성으로선 피할 수 없는 권력 관계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뤄진 바 있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살로, 소돔의 120일>, 릴리아나 카바니의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에선 파시즘의 자장 하에서 형성된 피학-가학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메타포로 사용됐다. 이런 노골적 정치성은 로만 폴란스키의 <비터문>, 장선우의 <거짓말>, 무라카미 류의 <도쿄 데카당스>,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에서 좀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변화하여, 소통 불가능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불안과 소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스티븐 샤인버그의 <세크리터리>는 사도마조히즘과 로맨틱 코미디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달빛 속삭임>에 등장하는 사도마조히즘은, 사춘기의 소년 소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고 성장하는 통과의례의 매개체로 사용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십대의 성을 상상하고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소위 '변태 성욕'이라 불리는 사도마조히즘에 빠진 십대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칫 소재가 줄 수 있는 선정성에 빠지지 않고, 어린 시절엔 깨닫지 못했던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발견하면서 처음엔 고통스러웠지만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혼란스런 세기말의 일본, 불온한 사랑 이야기로 은유하다

영화는 20세기가 끝나기 직전인 혼란스러운 90년대 말, 정체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휩싸인 일본 사회의 모습을 십대 커플의 사랑 이야기로 은유하고 있다. 아름답고 순수하게 시작된 사랑 속에 끼어든 얼룩진 감정. 그 정체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좀처럼 막을 수도 없는 그 불안하고 강렬한 유혹. 그들의 사랑 표현 역시 때론 서정적이지만 때론 자기 파괴적이다. 풋풋한 젊음과 왜곡된 성적 욕망이 아무런 모순 없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기이한 광경.

이는 결국, 언젠가는 다가올 새로운 세기를 앞둔 젊은이들의 심정을 반영한다. 관습을 거스르고 불온하게 흘러가는 이 커플의 일탈적인 사랑에서 빚어지는 긴장감, 복잡성, 아이러니 등을 통해 세기말을 통과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불안함과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미한 기대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Production Note

사춘기 청소년들을 향한 진심 어린 시선
시오타 아키히코의 영화 세계


시오타 아키히코는 차분하고 냉정해 보이는 연출력 뒤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뜨겁고 강렬한 문제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엔 주요하게 관통하는 관심사가 있는데, 현재의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십대들이 세계와 부딪히며 얻게 되는 고통스런 성숙의 과정이 그것이며 사춘기의 불안한 성장에 대한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달빛 속삭임>에서는 사도마조히즘이라는 낯선 욕망에 방황하던 십대 커플이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법을 배운다. 2001년 작인 <해충>에서는 집을 나간 아버지와 호스티스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십대 소녀가 학교 및 사회로부터 겪는 극단적 소외감을, 절제된 묘사를 통해 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근작인 <카나리아> 역시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해 해체된 가족을 찾아 여행하는 십대 소년의 힘든 여정을 통해 무기력한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방식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촬영감독 코마츠바라 시게루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화면

영화 <달빛 속삭임>의 촬영은 이마무라 쇼헤이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코마츠바라 시게루가 맡았다. 코마츠바라 시게루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근작인 <간장 선생>, <우나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등을 도맡아 촬영했는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본성을 절묘하게 잡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초반 두 주인공이 풋풋한 사랑에 빠지는 장면들은, 마치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를 보는 듯 수채화적인 맑은 영상에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까지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타쿠야의 사랑이 마조히즘으로, 사츠키의 사랑이 사디즘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선 푸르렀던 영화의 톤은 붉은 색조를 띄기 시작하고, 파격적이면서도 다양한 앵글의 활용을 통해 이들의 불안한 영혼과 힘겨운 사랑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사춘기의 방황과 고통을 그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과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표현하는 영상의 전문가 코마츠바라 시게루 감독이 <달빛 속삭임>을 통해 만난 것은, 영화의 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던 뜻 깊은 만남이었던 것이다.


일본 최고의 모던락 밴드 ‘스피츠'가 영화의 여운을 장식하다

올해로 데뷔 20년, 통산 10장의 정규 앨범과 30장의 싱글 앨범을 발매한 일본 최고의 모던락 밴드 ‘스피츠’. 이미 국내에도 상당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어, 몇 년에 한번씩 한국 공연을 갖기도 하는 밴드 스피츠는 서정적인 느낌의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로 모던락의 정수를 보여주는 일본 최정상 그룹이다.

그들의 히트곡 ‘運命の人(운명의 사람)’이 영화 <달빛 속삭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여덟 번째 앨범 “FaKe Fur”에 실린 곡인 ‘運命の人(운명의 사람)’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영화 속 타쿠야와 사츠키의 순수하면서도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날카로우면서도 감성적인 선율과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한 가사는 마치 <달빛 속삭임>을 위해 작곡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진다. 영화가 끝난 뒤 밀려드는 혼란스럽고 벅찬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관객이라면 극장에 불이 켜지기 전까지 흘러나올 ‘運命の人(운명의 사람)’을 감상해 보면 좋을 것이다.



Interview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과의 인터뷰
(“Midnight Night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Q: 당신의 영화들은 미묘한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특히, 유년기의 성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순수의 시대라고 여기길 원하니까요.
A: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이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그들이 인간이 되는 걸 허락하기보다는 주변에 보호막을 치려고 하죠. 하지만, 그건 아이들 역시 자라면서 고유의 인격을 갖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아이들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제게 있어선 인격이 형성되는 걸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것. 바로 거기서 그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의 영화엔 이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빛 속삭임>이 그 좋은 예입니다. 소년은 마조히즘적 성향을 갖고 있고 매우 슬프면서도 성숙한 표정을 짓습니다. 동시에 그는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끌고 다닙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죠.
A: 물론 제 영화엔 그런 이중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이중성이 가장 제 흥미를 자극합니다. 인물 내의 대조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거칠기도 하죠. 그들에겐 약한 면과 매우 강력한 면이 있습니다. 이 둘이 만났을 때 일종의 폭발이 생성됩니다. 캐스팅을 할 때, 전 약하면서도 동시에 강한 이 이중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Q: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달빛 속삭임>에는 그런 폭발이 등장합니다. 소녀가 열 일곱의 나이에 어울리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고 울면서 외치죠. 하지만 그녀는 곧 사디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A: 전 이런 사람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정상적이고, 정상적인 남자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마조히스트인 남자와 함께 하면서 사디스트가 됐습니다. 자신이 사디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서서히 변하게 되는 거죠.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 폭발이 생기는 겁니다. “내가 정상이라면, 왜 너 같은 남자와 만나야 하는 거지?”

Q: 당신은 사회 속에서의 역할에서 낙오되면 사회에서 역시 낙오된다는 걸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A: 예, 전 그 간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건 사회의 규약에 맞출 수 있는 사람들과 거기에 거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 간의 간극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만 인생에 있어 다른 대안을 가질 순 없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는 거죠. 이게 청소년들, 특히 13, 14살 청소년들에게 이중의 정체성을 야기합니다. 외적으로는 자신의 삶과 그 방향에 대해 만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든 게 세부적으로 잘 조직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폭력적인 성향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둘 사이엔 양면의 가치가 존재합니다.

Q: 당신은 릿쿄대학 영화클럽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시노자키 마코토, 아오야마 신지 등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영화 감독이 됐죠. 흥미롭게도 당신들의 영화엔 공유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은 모두들 사실성과 허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A: 우리가 왜 그런 점들을 공유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서클이 우리들 각자의 출발점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들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던 만남의 시점이 있었을 겁니다. 제 영화들과 구로사와, 시노자키,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는 당신의 지적은 옳습니다. 하지만 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Q: 앞으로 만들 영화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계속해서 다룰 예정입니까?
A: 예, 그렇습니다. 오늘날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묘사하고자 한다면 십대들이 가장 좋은 상징적 대상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직면하고 관계돼 있는 건 언제나 십대들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영화만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홍콩 감독 두기봉과 같은 액션 영화도 만들고 싶습니다. <해충>을 연출하기 전 스즈키 세이준의 <피스톨 오페라>와 유사한 여자 킬러가 나오는 뮤지컬을 계획 중이기도 했습니다.



Interview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과의 인터뷰
(“Midnight Eye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Q: 당신의 영화들은 미묘한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특히, 유년기의 성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순수의 시대라고 여기길 원하니까요.
A: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이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그들이 인간이 되는 걸 허락하기보다는 주변에 보호막을 치려고 하죠. 하지만, 그건 아이들 역시 자라면서 고유의 인격을 갖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아이들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제게 있어선 인격이 형성되는 걸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것. 바로 거기서 그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의 영화엔 이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빛 속삭임>이 그 좋은 예입니다. 소년은 마조히즘적 성향을 갖고 있고 매우 슬프면서도 성숙한 표정을 짓습니다. 동시에 그는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끌고 다닙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죠.
A: 물론 제 영화엔 그런 이중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이중성이 가장 제 흥미를 자극합니다. 인물 내의 대조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거칠기도 하죠. 그들에겐 약한 면과 매우 강력한 면이 있습니다. 이 둘이 만났을 때 일종의 폭발이 생성됩니다. 캐스팅을 할 때, 전 약하면서도 동시에 강한 이 이중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Q: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달빛 속삭임>에는 그런 폭발이 등장합니다. 소녀가 열 일곱의 나이에 어울리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고 울면서 외치죠. 하지만 그녀는 곧 사디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A: 전 이런 사람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정상적이고, 정상적인 남자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마조히스트인 남자와 함께 하면서 사디스트가 됐습니다. 자신이 사디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서서히 변하게 되는 거죠.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 폭발이 생기는 겁니다. “내가 정상이라면, 왜 너 같은 남자와 만나야 하는 거지?”

Q: 당신은 사회 속에서의 역할에서 낙오되면 사회에서 역시 낙오된다는 걸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A: 예, 전 그 간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건 사회의 규약에 맞출 수 있는 사람들과 거기에 거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 간의 간극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만 인생에 있어 다른 대안을 가질 순 없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는 거죠. 이게 청소년들, 특히 13, 14살 청소년들에게 이중의 정체성을 야기합니다. 외적으로는 자신의 삶과 그 방향에 대해 만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든 게 세부적으로 잘 조직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폭력적인 성향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둘 사이엔 양면의 가치가 존재합니다.

Q: 당신은 릿쿄대학 영화클럽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시노자키 마코토, 아오야마 신지 등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영화 감독이 됐죠. 흥미롭게도 당신들의 영화엔 공유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은 모두들 사실성과 허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A: 우리가 왜 그런 점들을 공유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서클이 우리들 각자의 출발점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들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던 만남의 시점이 있었을 겁니다. 제 영화들과 구로사와, 시노자키,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는 당신의 지적은 옳습니다. 하지만 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Q: 앞으로 만들 영화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계속해서 다룰 예정입니까?
A: 예, 그렇습니다. 오늘날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묘사하고자 한다면 십대들이 가장 좋은 상징적 대상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직면하고 관계돼 있는 건 언제나 십대들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영화만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홍콩 감독 두기봉과 같은 액션 영화도 만들고 싶습니다. <해충>을 연출하기 전 스즈키 세이준의 <피스톨 오페라>와 유사한 여자 킬러가 나오는 뮤지컬을 계획 중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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