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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이 열린다 (2018) Ghost Walk 평점 7.8/10
밤의 문이 열린다 포스터
밤의 문이 열린다 (2018) Ghost Walk 평점 7.8/10
장르|나라
드라마/판타지
한국
개봉 | 영화시간/타입/나라
2019.08.15 개봉
90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감독) 유은정
주연
(주연) 한해인, 감소현, 전소니
예매순위
예매 71
누적관객

도시 외곽의 공장에서 일하는 ‘혜정’(한해인)은
남들 다 하는 연애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던 ‘혜정’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방에서 유령이 되어 눈을 뜬다.
유령이 된 ‘혜정’의 시간은 하루하루 거꾸로 흘러,
밤의 문의 끝에서 마침내 ‘효연’(전소니)을 만난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잠들어 있던 모든 어제의 밤을 지켜 본 후에야 걸음을 멈춘다”

[ Prologue ]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잠들어 있던 모든 어제의 밤을 지켜본 후에야 걸음을 멈출 수 있다”

- <밤의 문이 열린다> ‘혜정’ 내레이션 중 -




[ Intro ]

Q. <밤의 문이 열린다>는 현실적인 배경의 동시대 여성 이야기이다.
이를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까지 장르적으로 담아낸 이유는 무엇인가?

A. 유은정 : 내가 느끼는 나를 둘러싼 세상은 가끔은 알 수 없고 미스터리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지는 곳이다. 물론 살면서 즐거운 순간도 있지만, 나머지 반의 미스터리함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공포영화는 세상이 가진 알 수 없는 면들, 예상에서 벗어나는 어떤 것들이 일어나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서 무너지거나 겁에 질리는 사람들을 그리는데, 나는 그런 것들에 끌린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을 때가 많고 내가 보는 세상은 공포영화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 장르를 통해서 내가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




[ 유은정 감독의 제작기 ]

어떻게 하면 나다운 영화를 만들까?

깜박이는 빛

인사동 거리 한쪽에 앉아있었다. 허공에 검은 먼지들이 모여들더니 고개 숙인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 형상은 땅에 발을 디뎠고 길을 걷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생생한 꿈이었다. 언젠가 이 장면을 영화에 넣어야지, 생각했다.
이야기의 초반부는 2015년 여름에 떠올랐다. “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은 자기 한 몸 건사하며 퇴근 후 방에서 뒹구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밤, 주인공은 깜박이는 형광등 아래에서 정신을 잃고 유령이 된다.” 본격적인 시나리오를 쓰기 전 이 이야기를 땅에 붙이고자 실제 공간을 찾았다. 공장과 도로가 먼저 들어서고 일하는 사람들이 살게 된 ‘도시의 가장자리’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마석가구단지 옆에 있는 아담한 동네 '묵현리'를 찾아가 동네를 돌며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리고 혜정이 유령이 된 시점을 중심으로 ‘과거로 흐르는—어제의 밤’과 ‘미래로 흐르는—내일의 낮’이 교차하는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생의 빛이 깜박인다는 의미를 지닌, '점멸'이라는 제목의 초고를 완성했지만, 아직 이야기가 나에게 달라붙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시나리오를 서랍에 넣어두었다.

유령에 대해
2017년 초,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마주할 때마다 ‘유령이 된 서른 살의 혜정’이 떠올랐다. 접어두었던 '점멸' 초고를 다시 꺼내 시놉시스 단계부터 수정을 시작했다. 그즈음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2016)가 개봉했다. 유령이라는 소재를 사용해도 인물과 이야기에 무게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2000년대 초반 고유의 매력을 가졌던 한국 공포영화들, <소름>(2001), <4인용 식탁>(2003)과 같은 영화를 다시 찾아보며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유령을 정리해나갔다. 보이지 않고 소외된 존재, 이 세상에 있을 자리를 잃어버리고 영영 밀려나버린 존재, 살아있는 사람보다 약해서 산 사람과 부딪히면 부서지고 다치는 존재.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에 유명한 장면이 있다. 유령이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장면. 그 장면을 보며 살아있을 땐 자연스럽게 하던 일들—걷는 법이나 숨 쉬는 법—을 잊어가는 유령을 떠올렸다. 표현에 있어서도 CG는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아날로그적이고 물리적인 존재감을 갖게 구현해 봐야겠다 싶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강령>, <절규>뿐 아니라 많은 영화들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나를 소외시키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나다운 영화를 만들까? 하는 고민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공간과 시간의 지도
희미해졌지만 영화 속에 크게 두 개의 장소 설정이 있다. 하나는 '전두리'로 혜정과 민성, 수양이 사는 곳이다. '전두리'에는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있고 논과 밭 중간중간 공장이 들어서 있다. 다른 곳은 '화평동'으로 아파트와 대형마트, 경찰서, 병원, 장례식장 등이 있는 곳이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명확하게 '건너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두 장소 사이에 터널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토록 성격이 다른데도 영화 속 두 장소 모두 개발 중, 공사 중이라는 풍경을 공유한다. '전두리'의 야외 장면은 초고를 쓰기 전에 찾아갔던 '묵현리'와 당시 재개발로 동네가 비어버린 길음역 위쪽에서 촬영했다.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에도 지도가 필요했다. 혜정이 유령이 된 시점을 중심으로 '어제의 밤'들(과거)에 혜정과 효연, 수양이 각각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이것들이 서로 얼마나 가깝고 멀게 스쳐 갔는지를 넓은 백지에 점점이 찍었다. 이 시간의 지도 위로 유령 혜정이 누구의, 어떤 시점을 따라 걸어가는지에 따라 선이 그어졌다. 영문 제목인 ‘Ghost Walk’처럼 그 공간과 시간의 여정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

혜정의 내레이션
2017년 늦가을 촬영을 마쳤고, 2018년 초 겨울 편집을 했다. 편집 기사님과 함께 덜 중요한 정보는 없애고, 혜정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만들고자 했다. 또 ‘하루하루 거꾸로 흘러가는 유령의 시간’을 잘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영화의 구조를 다시 손보면서 중간중간 서사와 감정의 흐름을 잡아갈 수 있는 내레이션을 써나갔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있었던 내레이션은 딱 하나였다. 오프닝에서 '유령이 되면 자신이 살아온 시간만큼 다시 거꾸로 살아야 한다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이 영화의 설정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나 자신이 마치 거꾸로 사는 유령이 된 것처럼, 이십 대에 쓴 일기와 메모도 찾아보고 2015년, 2017년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시기에 끄적인 노트도 뒤적였다. '혜정은 하루를 마치는 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기를 썼을까?' 친구가 추천해주는 시집도 읽고 내레이션이 인상 깊었던 영화도 다시 찾아봤다. 이 시기에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새 제목을 확정했다.




[ Epilogue ]

“멈춰 선 끝에 유령은 문 하나를 만난다
언제든 열 수 있었지만 열지 못했던 밤의 문을…”

- <밤의 문이 열린다> ‘혜정’ 내레이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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