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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
김곡 감독(과 그의 쌍둥이 동생인 김선 감독)은 지금까지 기존의 상징체계를 교란하는 장난기 넘치는 실험들을 거듭해왔다. 김곡 감독이 홀로 연출한 첫 번째 장편 <고갈>은 14편에 달하는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평이하지만, 그렇다고 안도할 수준은 아니다. 잘라 말하면, <고갈>은 판도라의 신화를 거부하는 영화다. 희망 따윈 없고, 구원 또한 애당초 불가능하다. 씁쓸한 웃음 정도로 갈무리되겠지, 하는 예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엄청난 매연을 뿜어올리는 커다란 굴뚝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뒹구는 오프닝에서부터 “불안의 이미지를 캐스팅했다”는 감독의 태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싸우는 것인지, 장난치는 것인지, 섹스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뿌연 잿빛 아래 한데 얽힌 시커먼 몸뚱이들. <고갈>의 인물들은 실체적 존재라기보다 부유하는 유령에 가깝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나쁜 남자>와 <오아시스>의 어딘가에 자리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고갈>의 ‘비타협’ 선언은 기대를 배신하고 극단으로 내달린다.
악몽을 현실에 고스란히 판박이하려는 <고갈>은 “고감도의 슈퍼8mm필름으로 촬영한 뒤 블로업(blow up)” 한 영화다. 인물과 인물, 인물과 공간의 윤곽을 의도적으로 거칠게 뭉개버린 비주얼이 맨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이후 독특한 비주얼은 자주 언급되어왔다. 하지만 <고갈>은 주의깊게 봐야 하는 영화라기보다 귀기울여 들어야 할 영화인 듯하다. 대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고, 그 자리에 사운드가 들어서 있다. 불모의 땅을 한없이 파헤치는 굴착기 소리에 맞춰, 불안을 마임으로 연기하는 인물들은 먹고 싸고 때리고 섹스한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고(이 영화에서 조롱은 가혹한 자해다), 슬프지만 울 수 없는(이 영화에서 동정은 모호한 술래잡기다)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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