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 형식에 반하는 내러티브의 재구성
★★★☆ 모호한, 하지만 즐거운 영화. 두 번째가 더 매력적이다. STAFF 감독ㆍ손영성 | 촬영ㆍ박홍열 | 조명ㆍ이선영 | 음악ㆍ강민석 | 미술ㆍ강지현
CAST 상태ㆍ김태훈 | 상동ㆍ조영규 | 병태ㆍ박병은 | 은영ㆍ염현희
DETAIL 러닝타임ㆍ91분 | 관람등급ㆍ15세 관람가WHAT'S THE STORY?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생들. 그들의 대화 속에 상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상태는 친구들의 대화 속에서 각기 다른 모양새로 등장한다. 허위적인 인물로 기억된 대화 속 상태는 고된 시간 속에서 힘들어 한다. 한편 그에 대한 이해심이 배제된 상태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PREVIEW불친절하다. 손쉽게 이해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어지는 시퀀스는 모두 흥미롭다. 서사의 흐름이 불규칙적임에도 사건 자체가 주는 재미가 시선을 잡아끈다. <약탈자들>은 통상적인 서사 전개 방식에 반기를 드는 영화다. 시퀀스와 시퀀스의 흐름은 일반적인 극영화의 화법과 상반된다. 화자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그들의 불규칙한 기억 속에서 다양한모습으로 변주된다.
한편으로 기억이란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이야기와 캐릭터는 자유로운 유희가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실험적인 구조 속에 배치된 다양한 흥밋거리는 관객의 시선을 끊임없이 스크린에 머물도록 만든다. 손영성 감독은 마치 여러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듯 자유롭게 시퀀스를 배치했다. 화자에 의해 가공된 이야기는 감독의 손에 들어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서사의 흐름에 익숙한 관객은 혼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화제의 중심 캐릭터인 상태는 다변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감독은 상태의 직업을 역사학자로 설정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상태로 하여금 어두운 땅굴 속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상태가 들여다보는 곳은 금정굴이다. 시대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머금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어두운 굴속을 향한 상태의 시선과 친구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상태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은 묘하게 충돌한다.
이쯤 되면 점점 더 이해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약탈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이상의 내용 풀이를 시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작품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미스터리가 아니고 감독 역시 이야기의 전 과정을 이해시키며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모호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되 각 시퀀스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캐릭터들이 안겨주는 재미를 그대로 느끼기만 하면 된다.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사건은 유머러스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저 즐기면 된다. 형식적 실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함께 제작진의 즐거운 기운이 느껴져 관람을 수월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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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글_정지원 기자 ] | 무비위크 | 2009.06.15 12:23:46